식구(食口)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식구는 남편과 나, 단 둘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은 “가족이 몇 명이예요?”라고 물으면 갑자기 누구까지 가족이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있다고 종종 말한다.
한국인의 가족의 범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듯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족이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엄마 아빠 자기 형제들만 가족으로 꼽는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부모들조차 자신의 부모를 가족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2011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23.4%의 한국인만 자신의 친조부모가 가족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또 자신의 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77.6% 배우자의 부모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0.5%에 그쳤다.
사전에서 ‘가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가족: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하며 대개 한집에서 생활한다. ‘대개 한집에서 생활한다’가 빠져서 그렇게 된 건가 보다. 내 자식들은 내 가족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참으로 서운한 일이다.
특히 손자는 할아버지들에게 정말 특별한 존재다. 남편은 “손주는 내 대를 이을 멋진 녀석이고 내 마지막 사랑을 쏟아 부을 대상이니 귀하고 예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우리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더구나 내 아들조차도 나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니 더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 내 가족은 남편과 나 둘만인가? 왠지 가슴이 휑하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는 부부 단둘이 보내겠다고 말한다. 결국 남는 것은 부부이니 서로를 최선을 다해 섬겨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