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한국. 때문에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부부가 함께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졌다. 강의할 때 종종 물어본다. “노후에 가장 필요한 게 뭐죠?” 이구동성으로 “첫째 돈이고 두 번째는 건강이에요” “세 번째는요?” 대부분 대답을 못한다. 돈 있고 건강하면 행복할까?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인간관계 특히 부부관계다. 부부가 화목하고 편안해야 행복한 법이다.
은퇴 후 집으로 돌아온 남편들은 아내와의 관계가 매우 서툴다. 남편은 여태껏 일했으니 좀 쉬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느긋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역할 상실에 따른 당혹스러움에 힘들다. 은퇴 남편과 함께해야 하는 아내도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진다. 극심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심지어 우울증까지 겪는 아내가 늘면서 ‘은퇴 남편 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났다. 게다가 남편들은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어 여성화되고 아내들도 여성호르몬 줄어들면서 남성화된다.
아내들이 제일 싫어하는 삼식이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세끼 밥 먹는 게 뭐 그리 힘들어?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 꼴난 거 아무거나 간단하게 먹으면 될 걸 가지고 뭘 그리 생색 내나?”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대꾸한다. “꼭 아무거나 먹자 그래. 아무거는 하늘에서 떨어지나? 다 내손이 가야지. 나도 안 하겠다는 거 아닌데. 하긴 하지만 먹는 데 너무 집착하니까 그렇지. 냉장고 안에 있는 것도 못 챙겨 먹고 간단한 일까지도 다 내 손이 가야 하니 힘들다는 거지.”
남편이나 아내나 함께 늙어가는 처지다. 귓가의 흰머리, 자글자글한 눈가의 주름을 서로 보아야 한다. 좋은 관계란 별거 아니다. “당신 집안일 하는 거 보니 쉽지 않네, 오늘 점심은 나가서 먹자.” 말 한마디라도 부드럽게 그리고 따뜻한 눈빛만 있어도 된다. 아내도 젊을 때 같을 수 없다. ‘내가 조금 도와서 아내가 편안해진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