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랑 결혼해서 행복해?”
신문을 읽던 남편이 느닷없이 물었다.
“왜요?”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 중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도 안 된다네.”
행복하려고 한 결혼에서 왜 행복한 사람이 이다지도 적을까?
우리 부부가 가정 생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많이 물어보는 말이 있다.
“만일 다시 결혼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겠습니까?”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한 주부들에게 물어 보았다. 90% 이상의 아내들이 안하겠다에 동
그라미를 했다. “지금까지 당하고 산 것도 억울한데 뭘 또 만나요. 그만큼 고생했으면 됐지”
통계청 발표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거의 50 %에 이른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혼은 부부의 이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곧 바로 자녀 문제와 직결된다. 이것은 또 사회문제가 되며 국가의 기강마저 흔들리고 그 문제는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와서 가정해체를 부추긴다.
왜 결혼이 이렇게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는가?그것은 ‘희생’과 ‘봉사’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부는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존재다. 그러므로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기 쉽다.

결혼을 Wedding 이라고 한다. 그런데 Wedding의 Wed 라는 말의 어원이 ‘도박하다. 내기 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도박이란 원래 잃을 확률이 높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많이 잃는다. 그러나 결혼은 50 : 50의 확률이니 괜찮은 확률인 셈이고 이길 확률이 매우 큰 게임인 것이다. 여러분은 이 내기에서 이기고 있나? 생각해 보자.
결혼 할 땐 다 행복할 꺼라고 기대했는데 왜 환상은 그리도 빨리 깨어질까?
이 사람이라면 나한테 잘 해 주겠지…
그러나 결혼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는 것 이상으로 내가 먼저 훌륭한 배우자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남편이 아니라고 불평하기 전에 나는 좋은 아내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순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돕는 배필을 주신다고 하셨지 내가 바라는 배필을 주신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울 생각은커녕 나한테 맞춰주지 않는 배우자가 야속하고 밉다.
부부는 자기의 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라기 보다 평생 배우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부부들은 한집에 살지만 독신처럼 살고 있다. 감정을 나누지 못하고 대화가 단절된 채 답답하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많은 남편들은 악의는 없지만 과묵함과 무뚝뚝함우악스러움 그런 것들로 아내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남편들은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산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 보통 사람들은 그 문제를 풀며 살아간다. 그러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 채 한평생을 살다가 임종하게 되어서야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여보 미안해.” 한다.
남편이 무덤덤하고 잔정이 없는 것 같아도 깊은 속정은 가졌다고 생각해 보자. 과묵함과 무관심이 표현의 미숙 때문이지도 모른다.
여지껏 기세등등하게 제왕처럼 군림했던 남편들의 자화상이 점점 초라해 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든 한해를 지내 오는 동안 남편의 허세 속에서 축 처진 뒷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아내들이여 남편을 이해해 보기로 작정하자.
오늘 출근하는 그의 뒤에 대고, 혹은 지친 모습으로 퇴근하는 그를 보고 활짝 웃으며
“여보, 힘 내세요. 사랑해요.”
오늘 그렇게 말하자. 오늘은 선물(Present)이다. 어제는 역사(History)였으며 내일은 아직 잘 모르는 신비(Mystery) 이다.
새해에는 이혼 소식이 절대 안 들려 오기를 소망한다.
섣달 그믐 날
“다시 결혼해도 또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이렇게 고백해 보라.속으로는 어떤생각을 갖고 있을 지라도.
말은 생명력이 있다. 말하는 대로 된다. 배우자에게 서로 기분 좋은 말로 금년을 마무리하자.
자녀들에게도“너희들이 있어 정말 행복해.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자.”
돈도 힘도 안드는 말에 인색하지 말자. 남편에게 자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자. 기분 좋은 말은 제일 먼저 나를 행복하게 하니까. 새해에는 나 때문에 행복해 하는 가족들을 보는 기쁨이 넘치시기를…

– 김영숙 가정문화원원장(yskim11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