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사랑하면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결혼 전에는 자기와 다른 것이 좋아 보이고 마음을 끄는 매력이었다.
그러나 결혼으로 친밀한 관계가 되고 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결혼전 장점이 단점으로 바뀐다.
말이 없고 과묵한 그는 남자답고 듬직해 모였다. 그런데 막상 결혼 생활을 하면 말없는 남편처럼 답답한 노릇은 없다.

날이 갈수록 다른 것이 틀린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던 작은 결점들도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자기와 다른 것에 불평을 하기 시작한다.
왜 자기와 같이 생각을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느냐고 비난한다.
나와 다른 것이 매력이 되어 결혼했는데 이제는 그 다른 것을 같은 것이 되라고 한다.
자기 취향대로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고 심지어 자기 입맛대로 사람을 길들이려고까지 한다.

“우리는 맞는 게 없어”“우리 부부 맞아?”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신혼여행에서부터 우리는 삐걱거려야만 했다.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갔다. 얼마나 낭만적이었겠는가.
다정하게 손잡고, 구경하고, 사진 찍고, 재미있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귤이 흔하지 않고 귀한 때였다.
남편이 귤을 샀다. 그리고 혼자서 까먹기 시작했다.
옆에 누가 있는지도 생각이 없었고, 새로 아내 된 내가 어이없어하며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다 먹어 버렸다.
먹여주지는 않더라도 함께 먹어야 되는 것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 하지 않나? 나는 너무 기가 막혔다.
‘결혼하면 귀부인처럼 대접하겠다고 하더니 이건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 어떻게 사람이 제 입밖에 모른담.’
뭐가 문제였나?
대가족 5남매의 막내로 자란 남편은 누구와도 나눠 먹을 필요가 없었다.
자기만 잘 먹으면 “아유! 우리막내 잘 먹네”하며 칭찬까지 들었다.
나는 조부모님 모시는 4남매의 장녀다. 먹을 것 생기면 조부모님 것부터 먼저 내놓고 동생들 것 챙기고 같이 나누고 배려해야만 되는 위치에 있었다.
남편은 시골의 바닷가 전통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생선과 젓갈, 얼큰한 음식을 먹으며 자랐다. 나는 서울에서 자라서 국도 맑은 국, 담백한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다. 이것도 힘드는 것 중 하나였다.
처음엔 식성을 못 맞추니 날마다 타박을 들었다.
겨우 맞추게 되었으나 남편은 맛있단 말 한마디 없이 뚝딱 밥만 먹었다.
“ 여보 맛있지요? ” 하고 물으면
“ 잘 먹는 거 보면 몰라? ”
‘ 응, 참 맛있다. 어떻게 했는데 이렇게 맛있어? 당신요리 솜씨 최고야.“
그래주면 어디가 덧나나?
돈도, 힘도 안드는 칭찬에 왜 그리 인색한지.

그러나 아내 여러분!
여러분은 남편을 얼마나 칭찬하고 격려했는지?
내 맘에 안드는 남편의 버릇은 잔소리나 불평으로 고칠 수 없다.
그냥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오히려 남편을 바꾸는 지름길임이다.
나와 달라서 그러려니 해 버리자.
부부가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사실은 남편들도 칭찬에 굶주리고 있다.
만약 남편들이 아내의 칭찬을 날마다 듣고 출근한다면 한국의 GNP는 상승할 것이다. 현관 앞에 서서 “당신 오늘 참 멋지네요.”하고 칭찬해 보자.
그러나 아내들은 칭찬보다는 남편의 행동을 바꾸려 하거나 그가 원하지도 않는 조언으로 그를 도우려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므로 남편의 행동을 바꾸려 한다.
자기를 위해서 해 준 일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껏 잘 못해온 일에 대해 불평한다. (9가지 잘해주고 1가지 잘못한 것은 두고 두고 기억한다.)

잔소리나 불평으로 고칠 수 없다.
부부가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오히려 남편을 바꾸는 지름길임을 기억하자.

– 김영숙 가정문화원원장(yskim11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