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주 다빈이는 10살이다. 미국에서 나서 자라지만 어렸을 때는 한국말을 일상으로 했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서는 영어에 더 익숙해지고 우리 말을 점점 잊는다. 이번 여름 방학에 한국과 한국말을 배우라고 제 어미가 아이만 한국에 보냈다.
이런 외국의 학생을 체험 학습생으로 받아주어서 이곳 초등학교에 다녔다.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은 30여 년 전이어서 많이 달라졌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달라졌을까 싶었다.
얘네 반은 남자아이가 20명에 우리 손자 보태 21명이고 여자아이는 10명이었다. 우선 남녀의 비율이 놀라웠다. 그 비율이 17명에 14명 정도쯤 된다 해도 놀라운데 20 명 대 10명이라니. 그 말을 들은 한 친구가 이런 말도 했다. 손녀가 유치원에 다니는 데 한반에 남자아이가 5명에 여자 아이가 단 2 명이라고 했다. 내가 특별한 반을 보았단 말인가?
남초 현상(男超 現狀)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이 장가들 때 쯤에는 처녀가 모자라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할아버지 할머니들 대 잇겠다고 아들 아들 하다가 이리 되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아니다. 금년에 판사 임용에서 여 판사의 비중이 60 %가 된다니 그리고 손주들의 성(姓)도 반드시 나와 같은 성(姓)이되라고 할 수도 없게 됐다.
남자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거칠고 싸움을 많이 한다고 했다. 교실에서 매일 싸움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목격했는데 싸우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로 멱살을 잡고 치고 받고 발길질 하는 품이 어른들 같았다. 겨우 10살인 아이들이…
어른인 내가 말려도 듣지를 않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어디서 배웠을까? 집에서 보았을까? 영화에서 배웠을까? 아니면 폭력적인 게임이 원인일까?
좁은 나라에서 너무 복작대며 살아서일까?
아니 여자가 부족하면 전쟁이 난다던 옛말 처럼 벌써부터 아이들이 전쟁을 치룰 연습이라도 한단 말인가?
오죽하면 선생님께서 “다빈아, 미국 애들도 이렇게 싸우냐?” 물으셨단다. 자기네 반 애들은 안 싸운다고 했다. 거친 욕만 해도 학부모 부르고 난리가 난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한국학교가 재미있다고 한다.
선생님말씀을 완전히 이해 할 수도 없으니 알림장에 써 온 것을 보면 글씨는 그려오는 수준이고 선생님이 말씀으로 한 것은 제가 이해되는 데로 영어로 써가지고 왔다. 그래도 한 3주 정도 학교에 다니니 말이 정말 많이 늘었다. 아이들은 아무래도 언어습득이 빠른가 보다. 급식 당번도 하고 피리도 불고 연극도 하면서 재미있는 현장 학습이 되었다. 방학하면서 마지막으로 감사카드를 선생님께 쓰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함께 한국에서 공부한 것이 제겐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가면 선생님과 학교, 그리고 친구들이 그리울 거예요. 다시 꼭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윤다빈” 이렇게 썼다.
방학이 끝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은 3학년 아이들이라서 순하고 편하게 그리고 남녀 비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순리가 이끄는 교실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김영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