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늦으리

친구들 모임에서 TV 인간극장에서 방영한 “모자유친”이란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었다. 미처 보지 못한 나는 인터넷으로 잠깐 보려고 컴퓨터를 켰다가 그 자리에서 5부작을 다 보고 말았다.
이제는 부부처럼 보일 만큼 아들도 어머니도 백발이 되어버린 아흔 여섯 어머니와 일흔 일곱 아들 이야기다. 요즘에도 저런 자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데도 어머니는 “니가 무슨 효자냐” 하신다. 어머니를 위해 밥을 짓고 똥오줌 치우고 몸을 씻어주고 재워 드린다. 아들이 밀어 주는 흔들의자에서 깊어 가는 가을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은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기가 되는 어머니지만 인생의 황혼에서 서로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러울 것이 없다. 자기 몸도 성치 않은데 오직 어머니를 위해 남은 생을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너무나 마음이 찡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들.
아직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것 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자식된 우리들은 함께 계실 때 그분들의 소중함은 물론, 그분들의 원하는 것은 더더욱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노인 대학에서 강의 할 때다. 학생(?)들께 여쭤 보았다.
“가장 듣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이세요?”
“사랑한다’ 는 말이지.”
깜짝 놀랐다. 어르신들에게는 그런 말들이 별 의미가 없겠거니 생각했었다.
“그 다음엔요?”
“’잘 했다’는 칭찬을  들을 때 좋아.”
백발의 어르신들도 그런 말이 제일 듣고 싶다 하시니.
사람은 누구나 사랑에 목말라 있고 칭찬에 굶주려 있다.  사랑이 필요 없을 만큼 부요한 사람도 없고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다. 잘 한다 칭찬 하는 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르신들은 자기 감정을 표현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어른 앞에서 자식 귀해 하는 것도 불효로 여겼고 부부간의 사랑 표현도 어색하기만 했다. 자식 세대들은 자기들끼리의 사랑 표현에만 익숙하고 부모님들은 그런 것 어색하고 불편해 하실 거라고 단정지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속내를 알고 보니 어르신들도 참으로 사랑에 목말라 계셨던 것이다. 외로우셨던 것이다. 사람은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가장 행복하다.
어느덧 품 안을 벗어나 마음도 함께 떠나 버린듯한 자식들을 보고는 허전해진다. 쓸쓸해진다. 그러나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마음속으로만 쓸쓸해 하고 있다가 끼리끼리 모였으니 말하고 싶은 속내를 내비치시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사랑은 표현되기 까지는 사랑이 아니다. 반드시 말로 표현되어야 한다.
자녀들에게 물었다. 부모님이 제일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글쎄요. 돈 드리는 걸 제일 좋아하시지 않나요?”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그게 제일이 아니다. 그분들도 우리들처럼 똑같은 사랑의 관계를 갖기 원하신다. 늙을수록 진짜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인간관계이다.
효도는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젊은이들에게 물었다.
“대화를 자주 해야겠지요.”
“맘 편하게 해드리고 관심을 가져 드리는 것이요.”
“내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려요.”
내 친구는 아들이 이혼하는 바람에 혼자된 아들과 손주까지 돌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력은 달리고 매여 있는 자신이 서글프다고 한다. 봉양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이런 짐을 안겨드리지는 않아야 하지 않을까?
자녀가 행복한 것이 진짜 부모님의 행복이다. 그것이 최대의 효도다.
서로 격려하는 말, 칭찬하는 말을 아끼지 말자
립 서비스는 서로의 긴장을 해소하고 힘을 얻게 되며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한다.
돈도 힘도 안드는 말인데 습관으로 만들자. 말은 생명력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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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쉰 한 살에 돌아가셨다. 서른 한 살, 6.25때 혼자 되셔서 올망 졸망 4남매를 겨우 키워 놓곤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한 채 갑자기 가셨다. 살아만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그 때의 엄마보다 더 나이를 먹은 반백의 딸은 때마다 일마다 아직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평생 소원이었던 하와이 여행도 못 시켜 드리고 유달리 고운 옷을 좋아하셨건만 옷 한 벌 못 해드리고 맛난 음식 한번 못 해 드렸다.
엄마 손 붙잡고 “사랑한다, 감사하다” 는 얘기 한번을 못 한 것이 못내 가슴아프다.
사랑을 미루지 말라. 사랑해야 할 날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다.
“사랑해요. 어머니, 아버지.” 라고 고백할 시간은 조금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회한이 남기 전 지금 바로 사랑한다고 표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