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숙 원장(가정문화원)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가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산책을 한다.
평화스러워 보여 보는 내 마음이 다 흐뭇하다. ‘저리 곱게 늙어가시다니.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네’ 이런 생각을 한다.
사실 그 분들도 살아오면서 온갖 풍상을 다 겪었을 것이다. 자식문제로 애를 태우기도 했을 것이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큰 파도를 넘기도 했을 것이며 질병 때문에 고통스럽고 가슴 졸였을 것이다. 때로는 남편의 바람기가 아내의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을 주었을지도 모르며 쓸데없는 오해와 바가지가 남편을 밖으로 돌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풍상을 다 뒤로 하고 함께 오손도손 손잡고 산책하는 평화를 누리고있다.
누구라도 이 나이가 되면 다 이렇게 될 수 있다. 후반전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따라서. 약 서른 살 까지는 성장기로 본다. 배우고 익히고 취업하고 결혼한다. 육십까지는 자기 일을 하는 성숙의 단계다. 인생의 전반전이라 할 수 있다. 아이 낳아 키우고 직장에서 승진하고 성공하고 성취하는 그런 단계이다. 그동안 많은 것을 얻었고 누렸고 인생의 승부도 맛보았으며 퇴직의 쓰라림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인생 후반전이 시작 된다. 80∼90세까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직 한 후도 결코 짧지 않은 긴 시간을 배우자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에 축구로 치면 하프타임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기서 새로운 전략을 세워 전반전을 돌아보고 새로운 후반전을 뛸 전략을 세운다. 인생도 이와 같다. 전반전의 실수와 실패와 갈등 상처들(관계)을 점검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 인생 후반전에서는 의미와 보람, 가치, 행복 이런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경제적인 준비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다. 그중에서도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부부관계다. 그래서 인생의 하프타임에서는 부부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세워야한다. ‘어떻게 하면 서로를 긍휼히 여기며 사랑할까.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나. 배우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지만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말 한마디라도 부드럽게 하고 내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편은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개켜 보며 늙어가는 아내를 위해 배려하는 사랑을 보여야 한다. ‘남자가 무슨 이런 쪼잔한 일을 해?’ ‘은퇴하니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나’ 하고 열등감을 갖지 말기를 바란다. ‘내가 여태껏 이런 거 안 하고도 잘만 살았는데’ 할 게 아니라 ‘여태껏 이런 것 안했으니 이제 라도 해 봐야 겠구나’ 하는 마음이 부부관계를 부드럽게 한다.
배려는 사랑이다. 그것도 아주 고차원적인 사랑이다. 손 꼬옥 잡고 걸을 것을 마음에 그리면서 지금부터 관계회복에 신경 쓸 일이다.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말투를 조금만 바꾸면 배우자가 행복해진다. 아내는 남편하기 나름이고 남편은 아내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