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된 다현이는 내 딸의 삼형제중 막내다.
큰 아들 다빈이는 중학교 2학년, 둘 째 다인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다현이가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42살이나 되어 낳은 늦둥이를 친정 엄마(나)에게 보여 준다고 세 녀석을 다 끌고 왔다.
손자 재롱을 보여줄 마지막 아이라서 꼭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안 보여 줘도 좋으니 오지 말라고 극구 말렸구만 휴가를 몽땅 들여 미국서 왔다.
과연 포동포동하고 젖내가 솔솔 나는 녀석을 품에 안았더니 얼마나 행복한 마음이 드는지.
그래, 엄마가 살아 있으니 친정이라고 애들 셋을 데리고 오지 안 그러면 오겠나 싶어 그러라고 하길 잘 했다.
다현이는 11달이나 되었으니 그동안의 모유를 끊고 이유식과 함께 분유를 먹이게 되었다. 내가 큰 딸애 키울 때는 450g 짜리 분유 한통이 290원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800g 짜리 한통이 쌀 10kg 보다 훨씬 비쌌다. 기저귀도 42개 들이가 30,000원이 넘었다. 오래전에 아이를 키웠던 할머니의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분유만 먹여 키워야한다면 가격도 만만치 않고 기저귀 값도 그러니 젊은 부부들이 아기 키우기 겁나서 못 낳겠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내 딸은 힘들게 일하고 지쳐 집에 와도 아이들을 보면 기쁘고 행복하단다. 모든 피곤이 다 풀리고 힘이 난다고 했다.
물론 큰 녀석들에게는 소리도 지르고 야단도 치지만 아이 키우는 기쁨이 모든 힘든 일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한다.
아들만 셋이라고 하면 ‘안됐다. 딸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 데.’ 하면 ‘할 수 없지 뭐. 둘이나 셋이나 그게 그거지.’ 하며 낙천적으로 말한다.
셋째는 더 예쁘다고 입만 열면 자랑이다.
다현이는 진짜 예쁘다. 울거나 징징대지 않는다. 누구와 눈이 마주쳐도 활짝 웃어준다.
특히 할아버지를 좋아 한다. 나가시는 기척이 보이면 쏜살같이 기어가 다리를 잡는다. 나랑 놀아달라는 거다.(참고로 세 녀석 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돌보는 건 할머니 몫인데 말이다.) 말한 마디 못해도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표현한다. 맛있어요. 더 주세요. 맛없어요. 싫어요. 졸려요. 똥 쌌어요. 기저귀 갈아주세요. 공놀이해요. 행복해요. 등등
뭐든지 잘 먹는다. 잘 익은 복숭아나 포도는 너무 맛있어하며 입맛을 짝짝 다신다.
할아버지 누워 있으면 타넘길 좋아한다. 까르르 까르르 맑은 웃음을 날리는 다현이는 할아버지의 최고의 ‘장난감’이다.
“어디서 이런 예쁜 놈이 왔나?” 할아버지의 얼굴에 흐뭇하고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아이를 셋이나 낳아준 딸이 대견스럽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도 인류를 위해 공헌 했다고 쳐주는 세상이다.
다현이 때문에 온가족이 함께 많이 웃고 대화도 많아져서 행복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