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우리 부부는 유럽을 순회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공항에 앉아 기다리며 사람들 보는 것도 참 재미있었다.  옷차림만으로도 중국아줌마, 일본아줌마, 한국아줌마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젊은 애들 특히 청소년들은 옷차림만으로는 3국 구분커녕 동양 애인지 서양애인지도 구별이 안 됐다.
먹는 것도 중년은 각자 나라의 고유한 음식 먹지만, 애들은 콜라 먹고, 켄치 먹고, 맥 먹고, 진 입는다. 요즘은 다 배꼽 티 입고, 귀 뚫고, 코 뚫고, 문신하고, 머리 물 들인다. 같은 문화권 이다. 아마 세계는  저절로 한 가족이 되어 지는 게 아닐까 싶다
몸은 21C에 살고 있지만 마음, 생각, 사고는 20C를 넘어서지 못하는 우리들은 자녀들과 얘기도 안 통하고 겉돌게 된다. 나만해도 비교적 내 아이를 좀 이해하는 엄마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아이가 고등학교 때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나 만큼만 너희들 이해하라고 해라.”
“엄마가요? 우리 엄마는 꽉 막혔어요.”
이 말은 나에게 참 쇼크였다. 아이의 눈에 비친 부모는 정말 꽉 막혔나 보다. 어릴 때는 아이들이 어설퍼 보이고 부족해 보이지만 지금 와서 보니 아이들은 어느 새 우리를 저만치 능가하고 있다.
이제 자녀들보다 경제적으로나 좀 나을까 이미 모든 면에서 딸리고 있다.
젊은 그들을 능가할 체력도 부족하고 지적인 능력도 떨어진다. 컴퓨터나 디카나 MP3나 무엇이나 기능을 익히고 활용하는 면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나도 Cyworld를 하고 며느리랑 Messenger로 수다도 떨지만 그들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할 때는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순종했고 어른들의 가치관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져 내렸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달라져 가고 있다.
내 아이가 짧은 미니스커트에 배꼽티를 입고 교회에 왔다.
이 노릇을 어떻게 하나? 창피스럽고 부끄러워 고개를 못들겠다고 아이를 닦달하고 야단치고 “아이구, 너 때문에 못살아” 하며 아우성을  칠 것인가?
그럼 노친네처럼 20세기식의 옷을 입고 다니면 좋을까?
그냥 내버려 두라. 이것도 한 때이지 않은가? 나이들어 결혼하고 아이낳고 아줌마되면 입으래도 못 입을 텐데… 지금 다들 그렇게 입는데 왜 내 아이는 꼭 엄마 맘에 드는 옷을 입어야 하는가?
자유분방한 옷차림이면 자유분방한 사고도 하게 되고 (자유분방이란 말이 우리세대에서는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니었으나 지금은 유연한 사고, 혹은 창의적 사고를 의미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인생도 살고 돈도 벌지 않는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백퍼센트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아이들을 나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유연성은 부모에게도 필요하다.

* 지체현상이란 용어는 미국의 사회학자 오그번이 그의  저서 사회 변동론 에서 “문화 지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현대 문명을 진단하면서 일반화되었다. 한국적 상황에서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세대가 급변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외면하거나 무시하므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급증하는 중년이혼 혹은 황혼이혼은 여자쪽에서 제기하는 일이 많으며, 남자들은 원치 않는 이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녀들과 부모세대 간의 의식 및 문화의 변화 속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