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다니다 보면 우리 부부는 함께 차 탈 일이 참 많다. 부부가 함께 차를 타면 싸울 일도 많아진다. 서로 방향 감각이 다르고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엔 초행길인 경우 약도를 보고 찾아 가거나 차 세우고 물어 보곤 했지만 지금은 네비게이션이 있어 여간 편리하지 않다. 길을 잘 찾아가다가도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러면 네비게이션은 아무렇지도 않게 “경로를 재탐색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리 가면 안돼요. 당신 틀렸어요”라고 하는 법이 없다. 제 생각이라고는 없다. 언제든지 말을 잘 듣는다. 정말 착하기도 하지.
남편은 그렇게 말한다. “내 아내도 이렇게 토 달지 않고 얘기하면 얼마나 좋을꼬”
정말이지 나도 남편이 하는 말에 아무 토를 달지 않고 말하고 싶다. 기계처럼 아무 감정이 없다면 나도 항상 평상심으로 대꾸하련만 감정이 개입되니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부부가 싸우고 갈등하는 많은 이유가 대화를 할 때 감정이 실리기 때문이다. 대화를 할 때 대화의 내용은 7%만이 영향을 준다. 목소리의 높낮이등 감정이 주는 영향은 38%나 된다. 제스추어나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은 55%다. 어떤 내용을 말하는가가 대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그 말을 담는 그릇 즉 목소리, 억양, 얼굴 표정, 손짓, 몸짓 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게 뭐야?”할 때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무엇을 물어보는 단순한 물음이 된다. 애교를 섞어 “이게 뭐야?” 한다면 인정과 놀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게 뭐야?” 크게 소리를 지르면 도대체 하는 일이 이래도 되는 거냐는 나무람 혹은 원망의 뉘앙스가 들어있다. 거친 목소리뿐 아니라 화가 난 표정, 거기다 삿대질까지 하면서 “이게 뭐야?” 한다면 훨씬 강력한 비난과 경멸까지 포함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기분이 상하게 되고 상처를 받게 된다. 부부 간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감정이 나는 대로 거르지 않고 기분대로 말하면 분명 상대의 감정을 거스르게 된다. 말에서 나쁜 감정을 빼고 순하게 말한다면 갈등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한 젊은 부부의 얘기를 들었다. “부부싸움 별로 안해요. 서로 다툼이 생기면 한 2∼3 분 지난 후 ‘그게 아니잖아’ 혹은 ‘아, 내가 잘못 생각한 거 같아’ 하면 되거든요”
부부싸움한 후 말 안하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강의 하면서 물어 보면 대게 사흘 정도라고 하기도 하고, 그냥 금방 말해요. 답답해서. 이런 부부도 있는가 하면 장장 8개월간 말 안 하고 지낸 부부도 있다고 했다. 원! 질기기도 하지.
얼굴 맞대고 말하기 쑥스러우면 요즘 누구나 다하는 문자 보내기, 음성 메시지 남기기 등으로 빨리 화해하는 것이 좋다. 무슨 큰 원수졌다고 며칠씩 말 안 해서 감정의 골 깊어지고 기분 나쁘고 차곡차곡 상처로 싸안아서 인생 낭비할 필요가 있나? 인생은 아주 길다. 서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 지겠다고 결심하시라. 작은 다툼이 긴 싸움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얘기 나누고 이런 싸움이 생기면 한번은 ‘내’가 먼저 사과하고 다음번은 ‘네’가 먼저 화해의 말을 하도록 규칙을 정해 실천해 보자. 말 할 때 목소리만 순하게 내도 부부사이는 훨씬 편안해 질 것이다. 아니 내 마음이 더 편안해 질 것이다.
(yskim1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