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향유옥합’
아내의 리더십
– 김 영 숙
아내는 가정에서 그저 남편 섬기고 애들을 돌보며 희생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는데 리더십이라니. 그런데 요즈음의 리더십은 섬기는 리더십이다. 섬기는 것이라면 아내도 할 수 있다. 리더와 섬기는 일은 언뜻 반대인 것 같으나 사실은 리더의 섬김은 미덕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가정문화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이었다. 그러나 문화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여성의 지위는 급속히 높아졌다.
가정에서 아내와 남편위상도 거의 동등해진 면이 많다. 부부가 하나 되어야 하는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그 동등함에 있다.
외도 등으로 아내를 힘들게 하는 젊은 남편이 있었다. 그는 특유의 무뚝뚝함과 윽박지름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아내를 지치게 했다. 결혼 초에는 고분고분했던 아내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례하고 화만 내는 남편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아내와 남편은 사소한 문제로도 다투기가 일쑤였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은 커녕 하루가 멀다 하고 큰 소리로 싸우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이 잦아졌다. 아내는 남편 때문에 자기 인생이 망쳤다고 믿으며, 남편에게 망친 내 인생을 보상해 내라고 원망을 했고,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생활비도 주지 않으며, 경제적인 압박을 가했다. 행복을 꿈꾸었던 아내의 삶은 지옥과도 같았다.
그렇게 원망과 눈물로 지새던 아내가 어느 날 교회에 가게 되었다. 목사님께서 “바람피우는 남편, 힘들게 하는 시부모,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환경이 아니라면 하나님께 부르짖지 않을 것이다” 는 말씀에 큰 은혜를 받았다. 그 말이 머릿속을 울리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렸고, 자기가 뱉은 가시 같은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 받았을 남편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편에게 “내가 당신을 얼마나 힘들게 했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고 사과를 하고 진심으로 남편을 섬기기 시작했다. 자기의 연약함과 잘못을 인정했고 내 남편이 되어 주어 고맙다는 말과 격려의 말들을 수시로 하며 남편이 하라고 하는 일에는 즉각 순종했다. 남편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화를 잘 내고, 무뚝뚝했지만 아내는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이전처럼 소리 지르며 대들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이 싫어하는 자기의 행동들을 고쳐 나갔다. 남편은 교회에 나가는 걸 극도로 싫어했지만, 태도가 바뀐 아내가 싫지 않았던지 아내가 교회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반대를 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도록 지속된 아내의 순종과 섬김에 남편은 더 이상 아내를 억압하지도 않고 싸우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또한 교회 예배 때문에 주일을 낀 주말에 여행 가는 것을 반대하는 아내의 뜻을 받아들이고 고집을 피워 아내를 힘들게 하는 일도 없어졌다. 비록 아직 교회로 향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내의 섬김이 하나님을 믿는 믿음 때문이란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힘들고 긴 길을 돌아 아내는 이 가정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가지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여전히 남편에게 숙이고 낮아지고 섬기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아내는 진심으로 원하는 남편의 구원을 위해, 그리고 십자가에서 낮아짐으로 우리를 섬겨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남편에게 섬김의 모습으로 다가갔고 지옥 같았던 가정에 비로소 천국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아내의 리더십이란 이렇듯 자기의 사랑을 인내하며 표현함으로써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잘 섬기기위해서 남편의 어떤 필요라도 다 채워 줄 수 있는 아내라면, 그게 바로 진정한 리더십이 아닐까? 당신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으로 남편을, 자녀를 찾아가나?
결혼 안에서의 리더십은 완벽함이나 무모함, 혹은 모든 상황에서 남편이 먼저 알고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내의 역할은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그리고 그것을 나누기 위한 지혜롭고 겸손하고 순종적인 방법을 구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아내의 관점을 남편의 삶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로서의 아내의 역할을 이런 종류의 것들을 겸손히 받아들이도록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다./가정문화원 원장
(기독교신문 2012.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