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은 커녕 온종일 옥신각신
은퇴한 남편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겪는 중년 여성이 늘면서 생긴 말이 은퇴 남편 증후군이다.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평소 떨어져 지내던 부부가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 대한 불만과 다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은퇴 남편 증후군을 겪는 중년 여성들이 늘면서, 은퇴 남편을 가리키는 ‘젖은 낙엽’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구두나 몸에 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젖은 낙엽처럼, 퇴직 후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집안 일 하나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일컫는 말인데, 은퇴한 남편을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낙엽처럼 쓸모없는 존재로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한국. 때문에 은퇴 후의 제 2의 인생을 부부가 함께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 인생의 절정을 맞았을 때 다가오는 은퇴와 함께 자기 역할을 갑자기 빼앗겼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첨엔 돈도 좀 있고 친구들 만나 호기도 부릴 수 있으며 여지껏 일했으니 좀 쉬어도 된다는 마음도 있어서 느긋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역할 상실에 따른 당혹스러움이 오히려 더 힘들게 되어 아내에게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게 된다.
목표지향적인 인간관계로 살아오다보니 친구들과 동료들과의 관계는 이럭저럭 되지만 아내와의 관계가 매우 서툴러서 어찌해야 될지는 모르고 회사에서처럼 대접은 받을 수 없고 아내는 뻣뻣하고 고분고분하지 않고 정말 환장할 노릇이 되는 것이 아닐까?
반평생 넘게 같이 살아 온 남편이지만 집을 어지르며 번잡스럽게 구는 것도 모자라 하루 종일 옆에 붙어 잔소리를 해대니 처음엔 적응하느라 저러겠지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만 참을성도 바닥이 난다.
은퇴남편을 돌보는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정신적, 신체적으로 이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남편들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줄어들면서 남성 호르몬의 농도가 더해지니 세지고 과격해 지고 또 젊은 날의 상처도 있고 하니 자연히 목소리도 커지게 된다.
늙은 아내들이 제일 싫어하는 남편상은 삼식이란다.
남편은 말한다. “세끼 밥 먹는 게 뭐 그리 힘드냐?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 꼴 난 있는 거 간단하게 먹으면 될 걸 가지고 뭘 그리 생색 내냐?”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꼭 아무거나 먹자 그래. 그런데 아무 거는 하늘에서 떨어지나? 다 내손이 가야 하지 그런데 나도 안하겠다는 건 아냐 하긴 하지만 먹는데 너무 집착하니까 그렇지. 냉장고 안에 있는 것도 못 챙겨 먹고 간단한 일 까지도 다 아내 손을 빌리려니 아내가 힘들지”
남편이나 아내나 함께 늙어가는 처지니 서로를 측은히 여기는 측은지심을 발휘해야 되는 때가 되었다. 남편들도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져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이때도 여우같은 아내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 평생 일하느라 수고 했어요, 이제 내가 일할께 대신 집안일 조금만 도와줘요.”
그리고 남편도 너무 자존심 상해하지 말고 “좀 쉬면서 다시 생각해 보자. 아직은 힘이 있잖아. 내가 이일을 해서 아내가 편안해 진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