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육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6살 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세 살 가량의 남자애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직원들이 말했다. 그 아이의 남동생이라고.
이혼 한 아빠는 아이들을 맡기면서 형편이 좋아지면 데리러 오마고 약속했다. 동생을 잘 돌보고 있으라는 당부를 어린 딸에게 하고서 말이다.
이 보육원의 어린이들 중 60% 가량은 부모가 어디 있는지 아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나 이혼으로 아이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기도 한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의 인생에 너무나 큰 상처를 남긴다. 아이를 양쪽에서 잡아 찢는 것과 같다. 아이들은 자기들의 잘못으로 부모가 이혼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깊은 죄책감이나 열등감이나 무력감으로 인한 상처와 분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혼은 다시 한 번 고려되어야만 한다.
한국은 정말 이혼하기 쉬운 나라였다. 작년까지 만해도 협의 이혼일 경우 아침에 이혼 신청하면 저녁에 이혼이 되었고 오후에 신청하면 다음날 오전에 판결이 났다. 그러다가 작년에 “이혼 숙려 제도”가 생겨 (2005년 3월 2일 시행) 이혼을 신청하면 1~3개월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인 데 이렇게 만해도 이혼을 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보고가 있다.
이혼의 증가로 이혼 가정의 어린 자녀들 양육 문제가 심각해 지자 법무부는 이혼하면 누가 자녀를 키울 것인지,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면접교섭권을 어떻게 행사 할지 등을 이혼 협의서에 상세히 기술해야만 하게 된다.(2006년 7월 27일자 일간 신문보도)
이 정도만 해도 홧김 이혼, 혹은 성격 차 이혼은 줄어 들것이라고 전망한다.
요즈음 이혼한지 4년 된 부부를 상담하고 있다. 3명의 자녀를 아빠가 2명 엄마가 1명을 양육하기로 하고 이혼했는데 아빠 쪽 아이들이 엄마를 너무 못 잊어 해서 갈등에 직면한 경우이다. 그러나 이미 재혼을 한 터여서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눈물만 흘리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혼 하지 말 것을. 이럴 줄 알았으면 재혼이라도 하지 말 것을. 정말 후회가 된다고 했다.
예전에 우리 부모들은 성격 안 맞는 것은 대체로 극복하고 산 것 같다. 요즈음은 성격차이에 의한 이혼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성격 딱딱 맞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나도 나하고 안 맞아 짜증 날 때가 많은데 하물며 타인이랴. 짜증 난다고, 성격 안맞는다고, 진짜 당신도 이 사람이랑 살면 똑같은 결정을 할꺼야 라고 하겠지만 조금만 마음을 바꾸어도 아니 부부에 관해 조금만 공부를 해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대화기술만 조금 익혀도 훨씬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모들이여!
당신의 행복도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나로 인한 내 자녀의 슬픈 운명을 생각한다면 이혼은 반드시 숙려 되어야만 한다.
yskim118 @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