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살을 맞대고 살아가면서도 생각과 감정을 달리한다.
사랑과 미움 그리고 서로 다른 정서와 감정을 나누면서 살아간다.
다른 것 때문에 부딪치고 감정이 엉긴다. 살아온 문화가 다르고 정서가 다르다. 식성도 다르고 잠자는 것도 다르다. 남편은 종달새 형 인데 나는 올빼미 형이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지금도 내가 남편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아이고, 이렇게 맞는 게 없어.”다.
서로 다름 속에서도 공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부부다.
사랑하면서 때로는 갈등도하고 무심하기도한 부부의 삶…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갈등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결혼생활을 통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고 절대자 앞에 다가갈 수도 있다.
그러기에 결혼생활은 인생의 최대의 훌륭한 학교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가부장적 문화의 유전자가 배어 있을 뿐 아는 것이라고는 ‘신혼 초 잡아야지’ 뿐이었다.
나의 남편도 젊었을 때는 집에서 전권을 휘두르며 살았다. 내가 몇 마디라도 할라치면 댓바람에 “여자가 어디서…” 그랬다. 이 말은 나에게 큰 상처였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역전인생이 되었다고 엄살이다. 아내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단다.
사실 아내도 늙어가며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지만 내색도 못한다. 뭐 그리 좋은 소리라고 아프다고 매일 얘기한단 말인가?
함께 일하고 들어와도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부엌으로 달려가 가스부터 켜고 저녁 준비를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저녁 설거지를 남편이 한다. 남편의 설거지는 실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아 남편이 나를 애틋하게 여겨주는 구나. 나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로 고맙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가 설거지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생존전략이고, 둘째는 노후대책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젊었을 때의 잘못에 대한 속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함께 어려운 시절을 지나오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기도로 힘을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알뜰하게 가정을 이끌어 준 아내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이제야 우리 남편 철이 좀 들었나보다. 아내가 귀한 줄 아는 걸 보니. 그리고 그것을 속으로만 삭이지 않고 겉으로 들어 내 표현 해 주는 것 을 보니 말이다.
젊어서는 고운 정, 예쁜 정, 미운 정이더니 나이가 드니 연민의 정에 측은한 마음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싸워도 이제는 이길 생각은 서로 하지 않는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지…” 철든 생각을 한다.
지겹도록 붙어 다녀야하는 부부.
숨 가쁘게 살아온 힘든 고비마다 늘 곁에 있어 손잡고 격려하며 살아온 부부.
때로는 볼멘소리에 바가지를 긁어도 그 소리 들을 때가 행복한 줄 알라는 내 잔소리를 이제는 즐겁게 듣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단다.
“젊어서는 일을 챙겼지만 이제는 마누라를 챙겨야지.”
철든 남편이 요즈음 나에게 날리는 닭살스러운 멘트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나를 미소 짓게 하고 행복하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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