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반의 사랑의 기적 (가정문화원 김영숙)

작년 12월 청주 교도소에 엄마와 아기들이 함께 산다는 신문기사가 실렸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사랑을 부어주셨다. 온정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그곳에서도 아기들은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고 있었다. 이런 교도소도 우리 이웃들이 사는 곳이다.
나는 안양 교도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내가 찾아가는 그곳은 사회에서 못 다한 학업에 대한 갈증으로 목말라 있는 검정고시반이다.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 때가 되면 재소자 출신들이 전국 수석 혹은 차석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들의 앞날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사과정 등이다.
사람이 변하는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지만 사람의 능력만으로 변화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노력하고 결심해도 여건이 안돼서 사회적응이 힘든 경우가 많다. 먼저 영혼이 변화가 되어야하고 영혼이 변하면 정신도 변하고 가치관도 바뀐다.  가치관에 따라 행동이 변하고 그에 따라 삶의 방법이 바뀌게 된다.
우리 반에 처음 와 본 사람들은 말한다. 얼굴이 어쩌면 그렇게 맑으냐고. 그것은 아마 마음속에 주님이 계시고 희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 반에 처음 오면 대게 뒷자리에 삐딱하게 앉아서 바라본다. 그러다 은혜를 받으면  표정이 점점 밝아지면서 앞자리로 나온다. 그리고 새로운 소망을 갖게 된다.
교도소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험악한 사람들만 있는 줄로 생각하지만 영혼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들도 우리와 똑같다. 자꾸 만나고 부대끼다 보면 저절로 사랑이 생겨난다. 무턱대고 선을 긋지 말아야한다. 우리 재소자들이 다시 범죄로 내몰리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곳에도  사랑이 있고 눈물도 있고 보람이 있고 고통도 있으며 희망과 절망도 교차한다.
그리고 사랑도 피어난다. 자기보다 낮은 단계 형제들의 공부를 도와주기도 하며. 자기들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기도 한다. 치약도 비누도 나눠 쓰고 로션도 나눠 쓴다. 양말이 없으면 그것도 나눠주고 타월도 나눠 쓴다.
서로 “사랑한다” , “고맙다”하며 감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정말 멋지다. 어쩌면 그렇게 잘하냐”고 칭찬도 한다. 한 평 반짜리 조그만 방에서 서로 부딪치고 부벼대며 사랑을 키운다. 스파크 일어나는 불꽃같은 사랑이 아니라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겠다는 마음으로 사랑을 연습하기 때문이다. 금년처럼 이렇게 추운 날이 계속되어도 모두들 서로 고맙다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서로 열심히 칭찬하다보면 방분위기도 좋아지고 그래야 수형생활도 덜 힘들고 피차 위로를 주고받고 힘을 주고받게 된다.  때론 힘들고 마음고생 할 때도 있지만 그들과 함께 영어로 성경을 읽고 나눌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공부하는 것이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 열심히 공부하자며 힘을 불어 넣어준다.
“세상에 태어나서 여인으로부터 사랑받아보기는 처음이에요.” 그들과 마음을 나눠온 내가
지금껏 잊지 못하는  말이다.
옛것은 지나갔으니 이젠 새 사람이 되어(고후5:17)  새해에는 새 인생을 살게 되리라 믿는다.
누구도 사랑이 필요 없을 만큼 부자도 없으며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가정문화원 김영숙(yskim1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