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진단받은 날 포털 검색어 1위가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이란 병이 이젠 검색어 1위일 만큼 흔한 병이 되었다는 말일게다. 이 병은 과로해서 탈진하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온다고 했다. 하도 아프고 힘든 병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었다.
처음엔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 오십견인가 했다. 어깨가 너무 아파 부항을 떴는데 어깨 부위부터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왼쪽 어깨부터 시작해 어깨를 중심으로 등과 가슴 쪽으로 내려 오고 머리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위가 엄청 넓었다. 다행히 포진이 생기자마자 치료를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으며 항바이러스 약과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니 병세가 잡히기 시작했다. 2주간 치료에서 호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어려워진다고 해서 열심히 약을 먹고 쉬고 했다.
온 몸에 퍼진 포진 때문에 샤워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했다. 고양이 세수만 했다. 처음엔 매일 하던 샤워를 못하니까 몸이 무거워지고 꿉꿉했다. 머리도 못 감으니 떡이 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며칠이 지나니까 샤워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고 머리를 못 감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주일 열흘이 지나니까 오히려 편해지기 까지 했다. 아, 역시 인간은 적응의 천재구나. 그렇지. 예전에 우리 가 뭐 그렇게 목욕 자주하고 머리 자주 감고 살았었나? 일년에 한 두번 명절 때나 목욕탕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면 엄마가 새빨개질 때까지 박박 밀어 주는 것이 고작이었지. 탕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논다고 야단 맞아가며 몸을 불리던 생각도 난다. 어찌나 박박 밀던지 몸을 움츠리고 이리 저리 뒤채던 생각도 난다. 머리감기도 그렇다. 샴푸가 어디 있었나. 세수 비누 아니면 빨래비누로도 감았던 추억도 있었는데. 문화생활에 적응하다 보니까 우리가 처음부터 문명인이었던 착각으로 살고 있다. 불편한건 조금도 못 참고 안 참는다. 불과 몇 십년 전 일인데도 젊은이들은 ‘정말요?’하고 옛날 얘기처럼, 전설의 고향처럼 듣는다.
이렇게 아프니까 이제는 너무 진이 빠질 때 까지 일하지 말고 조금씩 쉬기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이 들어 대상포진에 걸리면 아프기도 하고 오래 간다. 어떤 사람은 1년간이나 간헐적 통증이 있다고 한다.
병은 자랑하랬다고 어떻게 쉬는 게 좋은지, 뭘 먹으면 기력이 빨리 회복하는지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 친구들의 정성도 참으로 고마웠다. 보약 먹는 셈치라며 장어를 먹여준 친구, 전복죽으로 입맛을 돋구어준 친구, 전화로 위로와 격려를 해준 친구들 덕분에 감사하기 그지없다. 아픈 것은 너무 괴로웠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한 투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