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만해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은 당연하게 생각했고 결혼하면 ‘그 집 귀신 된다.’고 했다. 물론 여러 가지 사회 여건의 변화로 이런 것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A여사는 결혼 하고 15-6년 동안, 남편에게 말대꾸를 한다든지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것은 못하고 살았다. 남편의 고압적인 태도와 말투에 무섭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았지만 부부 싸움 같은 것은 할 생각조차 못했다. 부부싸움 안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소심해 지고 자신감이 없었으며 주눅이 들어있었다. 표정도 어두웠다. 그러면서도 속마음은 폭발할 것 같았다.  마침내 아내는 반격하기로 작정했다.
“까짓것 죽으면 죽고 살면 사는 거지.”
드디어 부부싸움을 한번 신나게 했다. 힘껏 소리치고 울고불고 했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다 풀려버린 느낌이었다. 지구가 도는 것을 멈추지도 않았고 세상이 뒤집어지지도 않았다. 놀란 남편 뒤에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아이고 시원해라.” 그 후부터 마음속의 상처와 조바심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존감도 조금씩 살아났다.
얼마 전 신문에 조그만 기사가 하나 실렸다.
미국 보스톤 소재 이커 연구소가 지난 10년간 주민 3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고 지내는 아내가 남편과 싸우는 아내보다 심장병등 각종 질병에 걸려 죽을  확률이 4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 칼리포니아 대학의 한 심리학자는 암이 생기기 쉬운 성격이 있다고 했다. 불평을 하지 않고 협조적이며 자기 감정  특히 분노, 적개심 같은 감정을 숨기고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절망적 상황, 우울, 분노의 상태가 지속 될 때 암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홀몬인 코티솔의 수치가 높아지고 면역력이 억제 된다고 한다. 어떤 결혼 생활하느냐가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아내의 건강을 생각하는 남편이라면 아내가 종종 말싸움을 걸어와도 받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김영숙 yskim1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