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자랑 하려면 돈을 내놓고 하란다. 본래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자 자랑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의 손자 재롱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돈을 내고라도 제 손자 예쁘니 자랑에 입이 벌어진다.
지난 여름에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코스타(북 미주 유학생 수양회)에서 강의를 하고 워싱턴 딸네 집에를 갔다. 외손자 다빈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 1학년을 마쳤다. 한국말은 잘 하지만 글자는 아직 좀 서툴다. 제 어미는 다빈이 방학이니 서울 데리고 가서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수영강습 그리고 한글선생님 한테 한글 배우게 하라는 것이다. 뭘 좀 배우려 해도 미국은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데리고 가고 데리고 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는 주중에 매일 가고 집 앞까지 버스가 와서 데려오고 데려가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방학 동안 공부할 미국책, 한국어책, 그리고 한국말 수학책까지 한 아름을 챙겨 주었다.
“‘아이구, 여름 방학에 애를 외갓집에 놀러 보내는 게 아니라 유학 보내냐?“
핀잔을 주어도 소용이 없다. 방학 두 달 동안 할머니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이 녀석은 제 아빠를 너무 좋아 한다.
“아빠 보고 싶어?” “응” 엄마는? 그러면 “조금” 그런다.
“다빈이는 아빠를 제일 사랑해? ” 당연히 그렇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를 두 번째 사랑해.”
“어?, 그럼 첫 번째는 누구야?”
“첫 번째는 하나님이야.”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제일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 오히려 부끄럽기 까지 했다. 어린 것이 어찌 그런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
제 어미가 이런 에피소드도 들려 주었다.
유치원 다닐 때 집에 놀러온 친구와 하나님 존재에 대한 대 토론이 벌어졌단다.
친구: “하나님이 진짜 있어?”
다빈: “그럼. 하나님은 정말 계셔.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주셨어.”
친구: “그러면 사탕이랑 과자도 주셨어?”
다빈: “응, 동생도 하나님이 주셨어.”
친구: “네가 어떻게 알아?”
다빈: “지금은 모르지만 이다음에 죽으면 알 수 있어.”
기특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어린애 만도 못한 나의 하나님 의식을 자책했다.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라고 윌리엄 워즈워드 말했다. 기특한 다빈이다.
우리가 돌이켜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하셨는데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고 신앙 생활을 해야 되겠다고 다시 되돌아본 순간이었다.
두어 달 와 있는 동안 외가에 와서 야위었다는 소릴 들을까봐 열심히 밥이랑 간식이랑 챙기고 시간 마춰 학원 보내느라 할머니는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재미있고 보람있고 행복한 일이다.
이제 다빈이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떠난 순간부터 눈물이 핑그르르 다시 그리워진다. 다빈아 사랑해.
가정 문화원 김영숙 (www. familycultu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