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92세인 큰어머니께 설에 세배를 갔었다. 말씀 중에 “얘야, 암만해도 나는 100살은 살지 싶다.” 하셨다. 아직 귀도 밝으시고 돋보기 안 쓰셔도 큰 글자는 다 보신다.
시 외숙모님께서는 작년에 102세로 돌아가셨다. 101세까지 지팡이 짚고 마당을 거니셨다.
요즈음은 사람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가 화두다.
1930년대 평균 수명은 34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940년 엔 44세였고 1960년대엔 54세 그리고 2006년 작년엔 80세가 넘었다. 매년 반년 정도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남은 삶은 얼마나 될까?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아득하다.
예전엔 대부분 환갑잔치를 했다. 60세만 살아도 장수에 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70세도 가족끼리 식사를 하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대신한다.
유엔이 정한 노인은 65세 이상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65세를 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준다. 그러나 100세를 산다고 하면 노년은 너무 길다.
그래서 중년학자들 중엔 75세까지를 중년으로 하자고도 한다.  그래도 산술적으로 하면 노년은 25년이나 되니 참으로 길다.
요즈음은 인심도 각박해 져서 노인을 부담스러워한다. 역할도 상실되며 자존감도 자신감도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삶의 지혜와 경륜은 풍부하다. 삶의 노하우는 젊은이들이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다. 10 여 년 전 만해도 재미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고 그저 일하는 재미로 살았지만 지금은 재미꺼리가 참 많다. 그러므로 생각하기에 따라서 더 재미있고 보람 있게 살 수 있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여유가 생기고 남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게 된다.
장수하는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꼽았다. 돈이 있으면 노년을 보내기가 훨씬 좋을  것이다. 어떤 이는 건강을 꼽았다. 당연하다. 건강하지 못한데 장수가 무슨 소용인가? 그러면 돈 있고 건강하다면 다 행복할까?
가정 문제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본인은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 가족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부부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부부관계가 행복하지 않으면 돈 많고 건강하다고 해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몇 십년간 함께 했던 부부의 관계가 행복할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부부관계에도  뿌린 만큼 거둔다는 원리가 적용된다. 갑자기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친밀한 관계도 행복한 관계도 관리하기 나름이다.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이해, 관심이 중요하다. 배우자에 대해서도 좀 더 겸손해야한다. 무례히 행하지 않아야 한다. 젊은 날의 잘못을 고백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그래야 서로 마음속에 가졌던 상처도 치유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며 소외감을 감소 시켜준다. 말을 하고 말을 들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건강에도 좋다.  회혼례를 치르는 부부를 보면 사이가 좋고 행복해 보이며 그 인생이 후덕했음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하면 배우자가  행복할까를  연구해 보라. 소꿉장난 하듯이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도 행복을 느끼게 한다. 아내가 밥하면 남편은 설거지하고 빨래도 개키고 걸레질도 하는 것은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라. 여태껏 안했는데 이제 새삼스레 그런 말이 뭐가 필요해? 그러지 말고 여태껏 안했으니 이제라도 해보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갖자.
이제 늙어가는 아내의 혹은 남편의 손을 가만히 잡아 보라. 아직도 따스하지 않은가. 감사할 일이다. 내 손을 마주 잡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을 만드는 것은 연습이고 훈련이고 습관이고 기술이다.
가정문화원 (www.familycultu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