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에서 자원 봉사 사역을 한 지가 올해로 24년째다. 매주 목요일 마다 수업을 하러간다. 내가 수업하는 곳은 검정 고시반이다. 모두들 사회에서 못 다한 학업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부분 교도소에서는 고시방을 운영한다. 매학기 20∼30명씩 공부를 하는 데 한방에 4∼5명 씩 있다. 그 방에는 고입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입을 준비하기도 하며 또 독학사 자격 취득을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서로 격려하고 이끌어주며 사랑을 나눈다. 감사하다는 표현도 훈련한다. 그들의 검정고시 합격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그곳은 스파르타 기숙 학원같다. 오직 공부만 할 수 있는 분위기다. 공부만이 살길이다(?)라는 심정으로 공부한다.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은 학력이고 실력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공부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학과 공부 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위한 책읽기도 권장하고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인성 훈련도 한다. 남의 것을 뺏어야 내 몫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내 몫을 나눌 때 우리의 몫 모두가 커질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자기의 철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검정고시 합격 못지않게 중요하다. 앉은뱅이  책상 앞에 엉덩이 붙이고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이들은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임을 실제로 입증하고 있다. 한참 오래전에 공부했던 한 형제가 생각난다. 그는 저녁을 굶는다고 했다. 배고프면 잠이 안 올거고 그러면 공부를 더 할 수 있으니까. 그러더니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진작 이렇게 공부했으면 이런 곳에 오지도 않았을 거라는 후회도 잠깐 뒤로 미룬 채 애쓰는 그들을 보는 것을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자기의 꿈을 이루어가는 그들을 큰 격려로 응원한다.

추석 즈음에 문자가 들어왔다. “이번에 2.5 톤 냉탑 신차를 샀습니다. 한 가지 꿈을 이루었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으로부터” 지난여름 만났을 때 땀을 뻘뻘 흘리며 화물차를 몰던 그는 검정 고시반에서 독학사 자격을 따고 출소한  형제다. 선생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어 보낸 문자에 내 마음이 환하게 밝아졌다. 목사가 되어 자기와 같은 불우한 청소년이 없기를 소망하며 사역하는 형제도 있다. 키운 실력과 학력은 이렇게 보람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기쁨은 곧 나의 기쁨이고 보람이다.

공부 잘하는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지!” 뜻을 세우고 끈질기게 버티고 공부하는 것, 그리고 함께 격려하며 공부하는 것.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수능 수험생들도 엉덩이 붙이고 열심히 해서 세운목표를 이루고 꿈을 이루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