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둘째 아이를 낳고 우리 집에서 몸조리를 하게 되었다. 도우미 아줌마의 손을 빌어야 했다. 교회에서 집사님을 소개 받았다. 한 삼사일은 열심히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 하며 오후가 되면 소파에 앉는 횟수가 늘어났다. 남의 집 일이 처음이어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약을 먹는 눈치였다.
“왜 약을 잡수세요?”
“신장이 나빠서요. 원래부터 신장이 약해요.” 그래서 얼굴도 부석 부석 했나보다.
“그런 몸으로 어떻게 이 일을 하시려구 그래요?”
“아이가 고3이 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잘 해요. S대학 작곡과를 꼭 가고 싶어 해요. 그런데 학과 외에 음악 개인 지도도 받아야 한대요. 아이가 그랬어요. ‘엄마, 나 일 년만 밀어줘’ 라구요. 어쩔 수가 없잖아요.”
남편의 월급으로 고1 짜리 아들과 큰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지만 딸이 고 3이 되고 보니 과목도 늘어나고 해야 할 공부 양도 엄청났다. 학교에서 다 지도 할 수 없으니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가 보다. 과외비 때문에 일해야 하는 엄마들. 가사 도우미, 노래방도우미, 생활 설계사등 부업전선에 뛰어들기를 마다 않는다.
“집사님, 딸 과외도 중요하지만 당신의 건강이 먼저예요. 건강 잃으면 딸에게도 상처예요.”
작년에 사교육비가 8조원이라고 했다. (2005.4.5.국민 일보) 문제는 돈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빠듯한 살림에도 누구나 다 과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안했다가는 아이가 뒤처질 것 같고,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하나싶어 저절로 과외를 보내게 된다.
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수행평가 때문에 예체능 과외까지 해야 하니 수입은 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아이를 키울 때는 그 유명한 5공화국 시절이어서 법으로 과외를 금지했고 과외하면 아버지 직업을 공개해서 법적으로 제재를 가했던 시절이었다.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한 아이들이 지금 30대 중반인데 그들이 이끌어갈 사회도 괜찮지 않을까? 과외를 모르고 살았던 우리세대도 경제를 부흥시키고 나라를 일으켰다.
세상이 달라진 걸 모르느냐고?
성경 공부 과외는 없을까? 성경을 공부하면 하나님께서 과목과외 안해도 성적을 척척 올려 주시면 좋을 텐데.
신문이나 방송은 과외 안해도 살아가기에 힘들지 않는 세상이 온다고 계속 써주면 될까?
평범하게 살아도 아주 행복한 길이 있을 텐데, 그런 길을 알려 주면 안될까? 아직까지는 과외 안한 세대들이 주도하는 사회인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모르는 사람 없는 이 말을 내가 먼저 확신으로 갖고 자녀들에게도 가르쳐 보면 안될까? 부모의 인생 중 자식이 전부가 아니다. 노후를 국가가 책임 질 수 없다. 우리세대는 자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으니 차라리 노후생활자금을 준비하는 게 자녀들에게 짐 지우지 않는 길이 아닐까? 자식한테 줄 최고의 선물은 부부가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최고의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