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깍지가 벗겨지더라도

연애를 10년 가까이 하고 결혼한 사람이 얼마 못가 이혼하겠다고 상담을 하러 왔다. 10년 사귀었으면 웬만큼 서로를 알았으련만 불화의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나 보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결혼 전에는 얼마든지 좋은 것만 보여 줄 수 있다. 과일도 바구니에 담아 넣어가고 (절대 수퍼 봉지에 담아가지 않았지.) 꽃도 사들고 다니고 우아를 떨어도 잠깐이면 된다.
연애는 밥 먹고 영화보고 웃고 재미있으면 되지만 결혼은 화장실 청소, 어질러 놓은 빨래, 시장 봐다 씻고 다듬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잘 때 코골고 이갈고 푸푸거리고 잠고대 하는 것 까지 다 봐야하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시시때때로 감내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갈등이다.
거기다가 익숙하지도 않은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다. 연애 때는 우리 식구가 아니니까 좀 거스려도 다 눈 감아주고 예뻐해 주던 시어머니도 이젠 뭔가 가르치려 하시고  이것저것 참견도 하는데 잔소리로 여겨져 귀찮기만 하다.
연애는 서로의 좋은 점만 상대방의 식구들에게 얘기해서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눈에 콩깍지가 껴서 노력 안 해도 장점만 얘기 하게 돼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더 이상 노력하거나 참으려 하지 않는다. 감정이 이끄는대로 표현하고 화낸다.
옛날 우리 때는 결혼하면 그 집 귀신 되라 했고 실제로 참고 또 참으며 결혼생활을 유지 해 나갔다. 나도 결혼하고 두 달 만인가 뭣 때문인지는 잊었지만 너무 서운하고 속상한 일이 있었다. 집을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꼴로 엄마한테 가봐야 야단맞을 게 뻔해서 울음을 삼키고 집으로 돌아 왔던 기억이 있다.  이때 출가외인임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이제 나는 죽으나 사나 이집 식구가 돼야겠구나 생각하고 서글펐던 게 생각난다.
연애 때의 콩깍지가 벗겨지면  배우자의 결점이 보이고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이때 지혜로운 부부는 마음에 안들 거나 기분 나빠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려한다. 즉시로 쏘아대고 참아주지 않고 기다려주지 않는다면 갈등은 증폭되고 대화는 단절되어 골이 깊어지게 된다.
콩깍지가 벗겨질 때야 말로  서로를 향한 진정한 사랑을 키워 가려고 연습을 해야하는 때다.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내가 잘못 생각한 거 같네.” “그 생각도 좋구나.” “많이 힘들지?”
서로를 감싸주고 인정해주고 다독여 주고 용서해 주는 진짜 사랑이 시작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가정문화원 김영숙 원장
(www:familycultu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