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새댁 때는 감히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거나 대들거나 하는 건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던 나도 요즈음은 남편에게 잔소리가 많이 늘었다.
정리 정돈이 안 되는 남편에게 “여보, 쓴 물건은 있던 자리에 갖다놓아요. 이젠 나도 챙겨 줄 수가 없어요.”
“아침 드세요. 나 힘드니까 두 번 말하지 않게 해요.”
정말 아침부터 내 잔소리는 계속 되었다. 남편이 탓하면 내 대답은 당당하다.
“나도 언제까지 당신 수발 할 수 있을지 몰라요. 당신도 독립적으로 당신 삶을 챙기는 훈련이 되어야 해요.”
“설거지도 하고 밥도 차려 먹고 청소기도 밀고 세탁기도 돌려야 해요. 나를 돌보고 먹여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잖아요.”
“냉장고에 넣어 놓았으니 찾아 잡숴요.”
정말 그렇다.
예전에는 며느리를 보면 일단 부엌일에서 손을 떼고 광 열쇠나 챙기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달랑 둘이서만 사니 모든 집안일도 다 내차지고 예전 보다 늘어난 바깥일도 심신을 힘들게 한다. 봉양 받기는커녕 우리 세대는 늙어죽을 때까지 자기 수발을 자기가 들어야하고 끝까지 일을 놓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함께 늙어가는 부부는 모든 일을 남편과 함께 나누어 해야 하는 것이다. 80,90 이 되어도 자기 끼니를 해결하고 살려면 남편의 참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밥을 먹여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내 말에 남편은 말한다.
“걱정 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러나 누가 알랴.
“여보, 나 물 한 잔 갖다 줘요.”
이렇게 말하는 아내인 나는 심기가 편치 못했다. 의당 내가 할 일을 남편에게 미루는 악하고 게으른 아내인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함께 가던 집사님께 오늘 아침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고, 두 장로님 불쌍하네. 아침 한술 얻어 자시고 아내의 잔소리까지 잔뜩 얻어 들으셨으니.” 듣고 보니 불쌍해라.
당분간 잔소리라고 느낄 얘기는 하질 말아야겠다. 그리고 기 살리는 얘기나 팍팍 해야겠다.
“당신 오늘 멋져 보이네. 건강해서 고마워.”
“여보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한 거 같아. 당신 생각대로 해봐요.”
닭살이 돋고 오글 오글 해져도 이런 말에 남편이 힘을 얻는다면 하루에 서너 번은 꼭해야 겠다. 아내도 늙어가며 철이 드나 보다. 우리 남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