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신학교 85 학번이니 한참 오래전이다. 그 때 나는 안양 교도소에서 성경을 가르치며, 순모임을 열심히 하던 때여서 신학공부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남편을 겨우 설득해서 입학하고 공부를 하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명석한 젊은이들 틈에서 녹슨 기억력을 안타까와 하며 외어지지도 않는 히브리어 헬라어를 붙들고 밤을 새우곤 했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하는 것의 기쁨과 새벽이 환하게 동트는 것을 보는 즐거움도 참 좋았다. 박윤선 목사님의 로마서 강해시간은 너무나 은혜로워서 눈물을 흘리며 공부했던 것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러나 졸업 후의 진로는 참 어려웠다. 여자졸업생을 데려다 훈련 시켜 사역자로 쓰려는 교회는 많지 않았다. 교회에서 전임 사역을 하면서 답답한 것이 참 많았다. 결코 설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르치는 일을 하기로 하고 성경 공부반을 조직하고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열심히 사역했다.
여교역자는 전문직 여성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3년간의 빡센 공부를 하고 훈련받은 전문가다.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자세와 자긍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명확하고 그 부르심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으며 그 신적 권위에도 차별이 없다.
공부하는 과정도 물론이지만 결과로도 특별히 누구보다 뒤떨어지거나 열등하지 않았다. 성경에 대한 연구나 경건에 힘쓰는 면, 기도하는 면에 대하여도 물론 그렇다. 여성사역자에 대한 주변여건들은 좋은 편이 아니다. 여성사역에 회의적이고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다.
여교역자는 어떤 담임목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하는 일이 결정 된다고 본다.
보통은 심방이 위주여서 여교역자하면 으레 심방 전도사라고 생각하고 목사님들의 보필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목사님 따라 다니는 여비서처럼 아니면 수행권사처럼 일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자기의 전문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나는 어떤 전문 분야를 개발할까를 늘 생각했다. 처음엔 내 아이들이 청소년이니 청소년 사역을 해 볼까? 아니면 늘 하던 전도 훈련이나 선교를 특화 해 볼까? 상담을 할까? 노인 복지를 해 볼까 등등 여러 가지를 조금씩 공부했다. 그러다가 가정 사역을 만나게 되었다.
80년 대에 CCC에서 Family Ministry 가 도입되었다. 용어 자체도 생소할 때였다.
Family Life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데니스 레이니 박사 부부가 강사로 와서 강의했다. (부부가 함께하는 훈련이 원칙이었다.) 훈련 받은 한국 스텦들에 의해 또 훈련을 받게 되었다. 성경에 바탕을 둔 철저한 신앙중심의 교육이었다. 하나님께서 친히 제일 먼저 제정하신 가정이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 사역이 한국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80년대 후반부터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사역에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함께 일어나는 것이었다.
처음엔 교회에서 성도부부들을 중심으로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했다. 서툴고 미숙해도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이 사역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용해 보기로 했다. 물론 우리의 의도는 가정의 회복과 전도와 치유를 목표로 한다. 지금은 이 사역이 확장되어 교회는 물론이고 기업체나 지방자치 단체 대학원 최고위 과정등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서 사역한다. 강의만 듣고도 변화되어 가정이 회복되기도 한다. 그리고 부부행복학교도 개설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갈등하던 부부, 이혼 소송 기간 중에 참석한 부부들이 회복되는 것을 보는 것도 이 사역의 큰 보람중 하나이다. 부부 상담사역도 함께 하는데 물론 기독교 상담에 기초를 둔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공부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오래 사역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Fuller에서 부부관계 회복에 대한 논문을 쓰고 환갑이 지나 목회학 박사가 되었다. 완전 늦깎이다. 늦깎이면 어떤가? 평균수명이 잔뜩 늘어나서 오래 오래 사역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데.
실은 많은 것을 성취하고 아무리 성공적인 목회를 한다 해도 가정이 행복해야 진짜로 행복한 법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서 수고 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 (전도서 9:9)”
가정문화원 원장 김영숙 (합신 85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