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하면 우리 또래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게 마련이다.
오래 만에 새 옷을 얻어 입을 기대, 하다못해 운동화 한 켤레라도 사주시던 설빔,
머리 쓰다듬고 덕담을 내리시며 세뱃돈을 주시던 어른들. 평소에는 먹을 수 없던 맛있는 음식, 오래 만에 모이는 친척들, 그래서 아이때는 명절을 손꼽아 기다렸다. 요즈음은 명절이라고 따로 설빔을 살 일도 없고 명절 음식보다 맛있는 게 지천인 세상이 되었다.
어른이 되니 명절은 부담이 되고 지치고 힘들고 피곤한 날이되었다. 명절이 무슨 전염병인지 “명절 증후근” 이란 말과 함께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부담스럽고 곤혹스러운 날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루 종일 손 마를 새 없이 일하느라 힘든 아내, 이젠 남편이 같이 나서서 집안일을 해야만 하는 문화가 되었다. 설거지를 도와 주는 남편은 아내에겐 정말 고마운 존재다. 힘을 덜어준다는 것보다 더 아, 나를 사랑하는구나, 내 편이구나 하는 행복한 마음이 생긴다.
우리집은 명절이면 사촌은 물론이고 육촌들까지 모인다. 음식 장만은 며느리들이 다 한다. 저희들끼리 깔깔 거리며 일하고 그 동안의 일들을 풀어놓는다. 일도 누구 한 사람에게 밀지 않는다. 여기에는 큰조카 며느리의 공이 크다. 일하면서 불평하는 일이 없다. 제일 윗 동서가 그러니 아랫동서들도 나름 열심들을 낸다. 물론 속으로야 힘든 일이 많겠지만 내색을 안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곤 그저 “아이구 수고가 많다. 맛있다. 음식솜씨 점점 더 좋아지네.”등 입에 발린듯하지만 진정을 담아 칭찬하는 것 뿐이다.
어른들이 아랫사람을 따뜻하고 소중하게 대하면 자연히 아래사람들 끼리도 잘 지내게 된다. 서로신경전을 하거나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아침 먹고 나면 친정 갈 아이들은 가게 하고 친정이 멀어 못 가는 며느리들과는 수다를 떨기도 한다. 금년 설엔 친정이나 시댁에 언제 가느냐로 다투지 말자.
“이번엔 명절 전에 친정에 먼저 다녀 오면 어떻겠어요?” “오늘 설 쇠고 뒷정리 다 하고 친정에 가면 안 되겠어요?.” 이렇게 자기의 의견을 감정 섞지 말고 얘기하고 이런 얘기에 아내를 배려 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흔쾌히 들어 주는 아량을 베풀면 좋겠다.
명절 쇠느라 힘들었을 아내에게 “당신 수고 했어요. 수고한 당신에게 주는 내 특별 보너스.” 하면서 작은 성의를 보여 준다면 아내도 감동할 것이다.
몸이 힘든것보다 마음이 힘든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기억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따뜻하 명절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