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란 TV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가 지나치게 고집이 세고 말 안듣고 떼쓰는 문제 행동과 과잉행동으로 인한 부모의 걱정 그리고 그것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교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그 부모는 자기의 문제를 잘 모르고 둔감하기 때문에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문제 아이를 교정하기에 앞서 부모에게 여러 가지 팁을 주며 아이와 함께 부모 상담을 병행 한다. 나도 부모 상담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예상대로 부모의 여러 가지 정황들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그 프로그램에 나온 부모가 특별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비슷하게 살고 있다. 이 부모도 자기의 말이나 행동이 아이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고 서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라고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자녀를 키울 때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했으며 아이들에게 참으로 많은 상처를 주었다. 아이들에게 엄격한 남편을 원망하기도 하고 왜 아이들에게 부드럽고 다정하게 안하는지 미운 생각이 들곤 했다. 늘 남편이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만 바뀌면 자녀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나하고의 관계도 어느 면에서 훨씬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알고는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하고 기술도 허술하다보니 관계가 쉽게 회복되지 못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달라져야한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제 눈의 들보는 안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유난히 크게 보게 되는 것이 사람이니까.

남편의 버럭대는 불같은 성격.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행동, 다른 사람 앞에서 조차 아내에 대한 배려 없음, 아내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섭섭함, 이런 것들이 때론 갈등하며 불화를 만들어 냈다. 이제 자녀들 다 떠나가고 빈 둥우리가 되었다. 아이들이 하던 완충역할이 없어졌다. 둘이서 부딪치니 문제는 더 커지는 듯 했다.

자꾸 미운 생각이 드니 마음이 괴로워지고 우울해 지기 까지 했다. 맥까지 쭈욱 빠지는 게 느껴졌다. 한 평생 살았는데 그렇게까지 생각할 것이 무엇이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연말에 님편이 큰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것을 도우며 생각해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갈등이나 불화가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위기 앞에서면 다 부질 없어지는 것을 깨닫지 않던가?

살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남편은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수술 잘 이기고 회복해 가는 남편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버럭도 덜하고 목소리도 나직해지고 나에 대한 배려도 전보다는 나아졌다. 나 역시도 남편에 대한 긍휼지심이 많아졌다. 그러고 보면 나도 좀 변하긴 했다.

내가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정말이야?”오히려 남편이 묻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봤다. 뭐가 달라졌지?

여전히 신문보고 마루에 늘어놓고 양말 벗어 아무데나 팽개쳐 두고 이부자리에서 몸만 쏙 빠져 나오고 맛있는 거 먹을 때는 마누라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남편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달라져 있었다. 정말 큰 일 치루고 나니 살아있음이 진정 감사하다.

남편과 사이좋게 화목하게 지나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정말 필요하다.

그래서 말소리도 좀 낮게 표정도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할 아내가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