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줄 몰랐다.
어느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발치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남편의 양말을 보고 “여보, 양말 좀 빨래 통에 갖다 넣어요.”
남편이 내 눈을 보더니 “당신 눈 떴어?” 하고 짖꿎게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오, 정말 내가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잔소리를 시작 했나보다.
“눈만 뜨면 잔소리야?” 라고 꽥 소리 지를 수도 있는데 “당신 눈 떴어?”하고 슬쩍 짖꿎음을 실어 말하니 웃음이 터졌던 거다. 아내의 잔소리에 대처 하는 남편의 단수가 높아졌다.
그러고 보니 계속 남편을 가르치고 훈련해서 정리 정돈이 습관이 되게 하려고 그랬던 거 같다.
내 남편은 어질러놓는 명수다. 가히 달인 급 쯤 된다.
깔끔하게 청소한 목욕탕에도 들어가자마자 온통 물세례를 퍼 붓고 나온다.
우리 집에는 모든 물건이 다 바닥에 깔려 있거나 치 쌓여 있다. 신문보고 일어선 자리에도 낱장으로 마루 가득 널려 있다. 식탁 의자 5개에도 의자마다 다 옷이 걸려 있다. 문고리에도 걸고 문 위에도 건다. 치워 놔도 그 때 뿐이다. 그러니 내가 잔소리를 안 할 수 없다. 잔소리 한다고 좋아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한번은 성경을 읽는데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로 인하여 얻는 것도 많으니라.(잠언 14:4)”하는 그 말씀에 특히 은혜를 받았다. 그래, 남편이 없으면 집안도 깔끔하고 깨끗하겠지. 그러나 남편 때문에 얻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 때문에 죽고 사는 것도 아닌데 이젠 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그런데도 잘 안된다. 아내의 잔소리에 질렸을 내 남편도 불쌍하긴 하다. 남편은 자기가 우리 집에서 “잔소리 방지 대책 위원장”이란다.
잔소리는 누구나 싫어한다. 자녀들도 물론이다. 그런데 부모라는 이유로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엇인가 끊임없이 교훈하고 잔소리 한다. 아이들은 실은 부모의 잔소리를 귀 막고 듣지 않는다. 대신 아이와 얘기(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던 일이나 속상했던 일 친구 얘기등 느낌을 나누고 감정을 어루 만져주는 말을 하는 것 말이다. 잔소리는 마음 속에 반감만 일으킬 뿐이다. 나도 잔소리를 들으면 속으로 삐죽거린다. 그러니 말해 무엇 하랴
지금은 회원 한사람 없는 자칭 “잔소리 방지 대책 위원장” 이지만 회원 모집을 시작하면 아내의 잔소리에 질린 적지 않은 숫자의 남편 가입자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 있다. 아마 우리의 자녀들도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까? 아이에게도 눈만 마주치면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고 교훈하려고 하는 아버지들, 그리고 잔소리를 해 대는 엄마들, 이제는 딱딱한 얼굴과 날카로운 목소리 대신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그리고 편안한 얼굴로 아이들이 잘하고 있는 것을 찾아 내 칭찬을 해 보면 어떨까? 앞으로 멋지고 훌륭하게 되어있을 모습을 그리면서 아이를 격려하면 어떨까? 잔소리 대신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이 행동을 바꾸어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게 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