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재미있는 개그 프로그램에 “감사합니다.”란 코너가 있다. 물론 입담 좋은 개그맨들이 말하는 거니까 재미도 있지만 좋은 교훈을 주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엘리베이터를 혼자 탔는데 너무 배가 아파 방귀를 뀌고 말았다. 그런데 마침 한 아주머니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타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방귀 냄새가 묻혀 버렸다. 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 이런 생활 속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곤 “작은 일에 감사합시다.” 하고 끝낸다. 돌아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명절에는 지인들과 간단한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많다. 나는 받자 마자 누가 언제 주었는지를 라벨에 써서 붙여둔다. 그러면 그것을 다 쓸 때까지, 다 먹을 때 까지 주신 분을 생각하며 감사할 수 있다.
이번에도 추석이 지나 냉장고를 정리하면서보니 감사한 일이 많았다.
친구가 작년에 보내준 참기름 병에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다. 자기가 직접 국산 깨를 사서 짰다고 보내 준 것이다. 그것을 먹을 때 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꼭 그 친구를 기억하게 된다. 이웃에서 준 멸치에도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다. 며느리가 내 생일에 준 꿀에 잰 인삼병을 보면 며느리의 예쁜 얼굴이 떠오르고 고맙단 마음이 든다. 또 있다. 나의 손 윗 동서는 김치를 담아 직접 갖다 주면서 “동서, 바쁘지. 내가 하는 김에 좀 더 했어. 맛있게 됐어.” 나는 동서에게 코가 시큰 거릴 만큼 감사하다.
이번 가을엔 진안 군수님이 보내주신 진안 특산 한과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그리고 예쁜 지함에 쌀을 담아 보내주신 진천 군수님의 선물도 감사했다. 지난번 강의를 갔었는데 그 인연 을 잊지 않으시고 보내주신 선물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난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갚은 건 얼마나 될까? 갚을 수 없는 은혜라는 말이 있다. 어느 땐 받기만 하고 되갚지 못해 미안한 적도 많고 받아서 냉장고에 넣고는 까마득히 잊을 때도 있다. 다행히 적어놓은 것을 볼 때 새삼 다시 생각나서 감사의 전화를 슬그머니 할 때도 있었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하신 교훈 중에 “누구한테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갚으려고 해야 한다. 그 대신 준 것은 곧 잊어 버리거라.” 하셨다. 우리 큰애가 초등학교 저 학년 때 제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주었는데 그 애가 자기 생일에는 아무 것도 안줬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나도 할머니께 들은 교훈을 아이에게 들려줬다. 그러면서 “네가 10개를 주었을 때 2개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면 감사하다고 생각하렴.” 그러면 별로 속상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 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감사한 것이 어디 선물 받은 거 때문일까. 나를 기억해 준 것과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 남편과 식사를 한 후 배를 깎으며 “여보, 이 배는 이번 추석에 당신 친구 김 사장님이 보내 주신 거예요. 감사하고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