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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칼럼2017-12-21T23:21:46+00:00

늙어가는 것의 아름다움

어느 나이든 어떤 삶이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젊음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중년도 눈부시다. 외모는 좀 늙어도 마음은 더 풍성해 진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근사하고 신비로운 것이다. 여유가 생기고 사물에 대한 이해가 많아지고 인간에 대해 성찰의 눈도 뜨게 되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어도 젊을 때 깨닫지 못하던 것이 깨달아져 은혜 속에 감격할 때가 참으로 많다. 자기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더 너그러워 지기도 한다. 1930년대만 해도 36세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09년에 80세가 넘었고 건강 관리만 잘 한다면 90을 넘어 100세를 바라보게 됐다. 나의 기대 수명은 얼마일까?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는가가 문제다. [...]

음식을 나누는 것은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김제시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남편의 고향이어서 그곳에서 강의 요청이오면 어떻게라도 시간을 낸다. 그날 강의를 하면서 우리 부부가 얼마나 다른가를 얘기하는 중에 남편은 자기는 맛깔스러운 젓갈이나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아내의 음식은 밍밍하고 닝닝해서 도무지 맛이 없단다. 나는 내 음식이 시원하고 깔끔하고 담백하다고 맞받았다. 내 남편이 말한다. 그건 서울식 표현이고 사실은 음식이 맛대가리가 없다고. 강의가 끝난 후 한 권사님이 내게 오시더니 “제가 어제 김장을 했거든요. 좀 드려도 될까요? 아주 맛있게 담궜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주시면 고맙게 먹겠습니다.” “새우젓도 제가 봄에 담근 것을 썼고요, 들깨죽도 쑤어서 넣었어요. 정성껏 만들어서 맛있을 겁니다. 그리고 고향 음식이어서 장로님 입맛에도 맞을 꺼예요.” “몇 백 포기 담궜어요. 여기저기 [...]

잡은 물고기에도 애정을 …

젊은 아내가 상담을 청해 왔다. 결혼 전에는 그리도 자상하고 다정 다감하던 남자가 결혼을 하고 나니 완전히 돌변했다고 하소연한다. 소개팅으로 만나 사귀게 된 지금의 남편은 어찌나 자상하고 다정하고 쾌활하던지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평생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동화 속 공주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를 별로 탐탁히 여기시지 않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은 점점 딴 사람이 되어갔다. 결혼 하면 남자들이 변한다는 말은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러나 내 남편은 절대 안 변하리라. 그러나 그리도 자상하던 남편은 말 수도 적었다. 배려하는 법도 없다. 자기 중심적이었다. 가부장적인 태도에 질려 버렸다. 뭐든지 일방통행이다.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소리부터 지른다. 그야 말로 [...]

할머니 육아시대

할머니들은 안다. 손자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게다가 다 키워 놓으면 제 에미찾아가고 쓸쓸함만 남기니 다 쓸데 없다고. 우리 교회 K 권사님은 일하는 며느리를 대신해서 손자 둘을 키우고 있다. 사내애들 둘을 키우느라 진이 다 빠지고 안 아픈 곳이 없다고 말씀하곤 했다. “권사님, 권사님이 키우는 아이는 내 손자만이 아니예요. 세계적인 기여를 할 인물을 키우는 굉장한 일을 하시는 거예요. 마당을 쓸어도 내 마당이 아니라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기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하는 일도 의미가 생기구요.” 이 말에 힘을 얻으신 권사님은 나를 볼 때 마다 자기가 키우고 있는 손자가 세계적인 인물이 되어 인류를 위해 기여하는 사람으로 크는 [...]

행복하게 나이들기

한동안  웰 비잉( Well-being) 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지금은 참살이로 번역되어 유기농 식품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 정도로 생각 된다. 존엄사 논란에서 편히 고통 없이 품위있게 죽는 것에 관해 관심이 많아지더니 웰 다잉 (Well-dying) 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제는 삶과 죽음 사이에 잘 늙어 가야 하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웰 에이징(Well-aging)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워낙 고령화 사회에 빨리 들어와서 앞으로의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문화가 급격히 변하면서 젊음이 우대 받고 있다. 노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녀들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늙음이  왜 미안한가? 젊음도 당당하지만 중년도 당당하고 늙음도 당당하다. 그렇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시형 선생님이 Aging Power에 대해 쓰셨는데 정말 늙음도 힘이다. Well-aging은  단순히 늙어서 [...]

정말 사랑한다면

내 외손자 다빈이는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한다. 그 애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10살이던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비행기 태워 주니 혼자 15시간을 비행기타고 왔다.  외가에 오는 것을 싫다하지 않고 와 주는 게 고맙다. 할아버지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맛있는 거를 먹을 때도 할아버지랑 먹었으면 좋을 텐 데하며 아쉬어 한다. “할아버지 냄새 좋아” 그러면서  쿵쿵거리며 뒤를 따라 다닌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아빠들이 대게 그러하듯 일에 묻혀 일찍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다. 매일 늦다. 하루는 다빈이가 내게 말했다. “ 할머니,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매일 늦어요?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요?” 순간 뭐라 해야 할 지 당황스러웠다. “ 아냐. 할아버지는 밖에 중요한 일이 많으셔서 늦으시는 거야.” “ 그럼 우리는 중요하지 않아요?”  디이잉~~ [...]

늙을수록 배려하는 사랑이 필요하다.

김영숙 원장(가정문화원)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가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산책을 한다. 평화스러워 보여 보는 내 마음이 다 흐뭇하다. ‘저리 곱게 늙어가시다니.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참 좋겠네’ 이런 생각을 한다. 사실 그 분들도 살아오면서 온갖 풍상을 다 겪었을 것이다. 자식문제로 애를 태우기도 했을 것이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큰 파도를 넘기도 했을 것이며 질병 때문에 고통스럽고 가슴 졸였을 것이다. 때로는 남편의 바람기가 아내의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을 주었을지도 모르며 쓸데없는 오해와 바가지가 남편을 밖으로 돌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풍상을 다 뒤로 하고 함께 오손도손 손잡고 산책하는 평화를 누리고있다. 누구라도 이 나이가 되면 다 이렇게 될 수 있다. 후반전을 위한 [...]

장수시대의 은혜

10절, 우리의 연수가 70 이요 강건하면 80 이라도 그 연수  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11절, 누가 주의 노여움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의  진노의 두려움을 알리이까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아마 이 기도를 쓴 모세 때도 보편적 수명은 70 - 80 이었을 것입니다. 평균 수명이 그랬을까요? 그런데 모세는 몇 살까지 살았을까요? 신명기 34장에 보면 죽을 때 그의 나이 120세 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않았고 기력이 다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백성과 출애굽해서 광야생활 40년 했습니다. 그가 이스라엘 백성을 끌고 출 애굽할 때 나이가 80세 였습니다. 나이 80 에 자기가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됐습니다. [...]

며느리를 딸처럼” 이라고?

며느리는 한 가정에 들어와 새로운 구성원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잘되는 집은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된다고 한다. 시어머니와는 감정적으로 얽힌 것이 아니다. 필이 꽂힌 것도 아니고 콩깍지가 씌어 모든 게 예쁘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내 아들과 사랑해서 결혼하고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내가 잘 키워 놓은 아들 뺏어간 사람이라는 생각 따위는 멀리 멀리 보내야 한다. 사이좋은 고부관계를 흔히 엄마와 딸 같다고 한다. 사실 딸 같다는 것이지 딸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감정적으로 그게 잘 안되는 게 사람이다. 왜냐하면 감정이 아닌 법으로 묶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묶였다는 것은 의무를 포함한다. 그래서 영어로 [...]

마음을 어루만지다

사방이 너무나 아름답다. 연초록 잎들이 점점 푸르름을 더해가는 것이  마음을 활짝 개이게 한다. 4월 한 달을 감기를 달고 살았더니 5월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나 보다. 웬 감기가 그리 심한지 자리까지 보존하며 끙끙 앓는 내가 안돼 보였나 보다. 남편이 걱정스레 이마를 짚어보며 이것저것 챙기는 품이 아내가 누워 있으니 자기가 불편한 것이 많아서  나한테 그런걸까 생각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마 나는 남편의 의도를 왜곡하고 있을 거다. 진심으로 아내를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 말이다. 도무지 부엌 드나드는 것을 어색해 하는 남편이 냉장고를 열어 보기도 하고 김치냉장고도 들춰 보며 무언가를 찾아 아내에게 먹을 거라도 주고 싶었을 텐데 부엌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진작 부엌이 어색하지 않도록 도와줄걸 그랬지? 자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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