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데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다.
요즈음 학생들은 학번으로 얘기한다. 나도 정신여중을 입학한 것을 학번으로 말한다면 57학번 쯤에 해당한다. 정신에서 6년을 보내며 믿음, 인격, 희생적 봉사, 생각, 행동 ,염치와 교양, 성경까지 배웠으니 내 모든 인격형성의 기본을 다 익혔음이 틀림없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을 보면 그렇다. 나는 안양교도소 교정위원으로 30년간 봉사 하고 있으며 서울 가정 법원 가사 조정위원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몸소 본을 보이신 정신의 선생님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복도에 껌이 붙은 것을 보시고 머리핀을 뽑아 쪼그려 앉으셔서 떼어 내시던 김필례 선생님의 수범, 지나가던 우리들이 너무 죄송하고 미안해서 함께 쪼그려 앉았었고 다시는 아무데나 껌 뱉는 일은 하지 않았던 우리들. 한국의 다음세대를 위한 어머니들이 될 [...]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유어 라이프라는 보험 광고 카피가 있었다. 누구는 이 카피가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도 했단다. 그러나 언어란 감각적으로 확 와 닿으면 되는 게 아닌가? 나는 이 말이 좋다. 마치 내 인생이여! 힘을 내라! 브.라보 ! 하는 것 같아서다. 나이가 들어가는 즈음의 나는 나이가 드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축복이라니, 미쳤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에 나이가 들어갈 바에는 이것이 “축복이다.” 딱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세금을 더 내는 것도 아니다. 우거지상하고 있어야 아무도 도와 주는 사람 없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럴 듯 하더라. 나이가 드는 것은 경험도 많아지고 지혜도 생기고 이해력도 많아 진다.는 것이다. 예전 보다 훨씬 좋은 환경 [...]
“나” 독립 만세
얼마 전 넝쿨째 굴러 온 당신 이란 연속극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너희 집 현관 비밀 번호가 뭐냐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시어머니들 사이에서 과연 그걸 물어야 하나 안 물어야 하나가 논쟁이 됐었다. 우리 아들 결혼 할 때도 함께 살자 말자 할 분위기가 아니라 첨부터 분가하는 걸 당연히 받아들였다. 분가를 해도 요즈음엔 오라 소리 안하면 불쑥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 시어머니로서 젊은 애들이 어떻게 사나 궁금하기도 하고 내 아들 뭘 해 먹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사실 딸네 집이나 며느리 집에 가면 새살림이라 반짝반짝하고 깔끔한 게 보기 좋았다. 그러다 내 집엘 오면 묵은 살림에 짝 안 맞는 그릇등을 보며 내심 나도 확 [...]
자식의 불효를 탓하기 전에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옆 자리에 초로의 점잖아 보이는 부인이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혼자 식사를 하세요?” “점심은 늘 이렇게 식당에서 먹지요. 며느리 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그래요. 아침 먹고 일찍 출근하는 사람처럼 나와서 점심은 식당에서 사먹고 노인정이나 시장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가지요. 뭐라고 안 해도 며느리 눈치 보여서 편하게 해 주려고 이렇게 나와 다녀요. 다행히 남편이 남겨놓은 유산이 있어서 아쉽지 않게 용돈을 쓸 수 있어요. 그저 감사할 뿐 이예요.“ 하며 묻지 않은 말 까지도 한다. 쓸쓸함이 묻어났다. 남편 그늘(?)에서 곱게 늙은 이 노모를 얼마 후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은 눈물을 흘리며 [...]
늦둥이로 인해 행복해요.
11개월 된 다현이는 내 딸의 삼형제중 막내다. 큰 아들 다빈이는 중학교 2학년, 둘 째 다인이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다현이가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42살이나 되어 낳은 늦둥이를 친정 엄마(나)에게 보여 준다고 세 녀석을 다 끌고 왔다. 손자 재롱을 보여줄 마지막 아이라서 꼭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안 보여 줘도 좋으니 오지 말라고 극구 말렸구만 휴가를 몽땅 들여 미국서 왔다. 과연 포동포동하고 젖내가 솔솔 나는 녀석을 품에 안았더니 얼마나 행복한 마음이 드는지. 그래, 엄마가 살아 있으니 친정이라고 애들 셋을 데리고 오지 안 그러면 오겠나 싶어 그러라고 하길 잘 했다. 다현이는 11달이나 되었으니 그동안의 모유를 끊고 이유식과 함께 분유를 먹이게 되었다. 내가 [...]
어머니의 된장 찌개
참 어려웠던 시절. 엄마는 우리에게 고기를 먹이는 일이 참 어려웠다. 명절에 한번 그것도 실컷이 아닌 정말 맛만 보는 수준이었다. 때로 푸줏간에 가서 쇠기름을 얻어 오셔서 멀건 된장찌개에 조그맣게 썰어 넣고 끓여주셨다. 우리 4남매는 그것도 서로 건져 먹으려고 숟가락을 집어넣고 경쟁을 벌였다. 요즈음엔 아무도 그런 쇠기름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기름은 한겨울 얼어터져 새빨갛게 튼 손등에 뜨겁게 달구어 문지르던 약이기도 했다. 너무 뜨거워 펄펄 뛰었지만 엄마가 꽉 잡고 문지르면 신기하게 낫는 것 같았다. ( 바셀린도 없던 시절이어서 튼 손에 쇠기름을 녹여 바르면 기름이 녹으며 상처에 스며들어 부드럽게 나았다.) 너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6.25)때 행방 불명되셨고 우리 엄마는 31살에 혼자 되셨다. [...]
행복을 느끼는 곳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행복을 느끼는 곳은 대게 가정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하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것을 함께 나누고 진심으로 즐거워 할 가족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어떤 성공보다 가정에서의 행복이 더 소중하고 귀하다. 그러나 행복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일지라도 그곳에 사는 가족이 행복해야 그림 같은 집도 빛이 나는 법이다. 멀리서 봐서 행복할 것 같아도 다가가 보면 역시 갈등과 상처와 고통이 있다. 그러나 서로의 특성과 다름과 개인적인 기질을 잘 알면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남편들은 대게 자존심에 목숨건다, 그 자존심이란 내가 하는 일이 잘되고 능력을 발휘 할 수 [...]
부모노릇
요즘처럼 부모 노릇이 힘든 때도 없을 것입니다. 세상은 엄청 나게 빠르게 변하고 부모세대들이 가졌던 가치관이나 도덕관만으로 아이들을 붙잡기는 벅찬 시대입니다. 우리는 어디에서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배워 본적이 없습니다.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데로, 자랐던 그대로 세월이 가서 결혼 하고 아이 낳고 부모가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라고 기르기는 벅찹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바르게 정직하게 훌륭하게 키우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 키우려는 것이 “ ....하라.” “....하지 마라.”입니다. 아이들로부터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라는 소리나 듣게 됩니다. 우리 교회에 4 남매의 아이들을 다 석박사로 키워 내신 집사님이 계십니다. 인성도 바르게 키우셨습니다. 그분은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셨습니다. 모두 부러워 비결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 집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구, 잘하네. [...]
아내의 리더십
칼럼 '향유옥합' 아내의 리더십 - 김 영 숙 아내는 가정에서 그저 남편 섬기고 애들을 돌보며 희생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는데 리더십이라니. 그런데 요즈음의 리더십은 섬기는 리더십이다. 섬기는 것이라면 아내도 할 수 있다. 리더와 섬기는 일은 언뜻 반대인 것 같으나 사실은 리더의 섬김은 미덕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가정문화는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이었다. 그러나 문화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고 여성의 지위는 급속히 높아졌다. 가정에서 아내와 남편위상도 거의 동등해진 면이 많다. 부부가 하나 되어야 하는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그 동등함에 있다. 외도 등으로 아내를 힘들게 하는 젊은 남편이 있었다. 그는 특유의 무뚝뚝함과 윽박지름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아내를 지치게 했다. 결혼 초에는 고분고분했던 아내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례하고 화만 [...]
독서의 힘
나는 어릴 때부터 읽는 것을 좋아했다. 읽을 것이 마땅치 않던 시절이어서 무엇이든지 손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쪽지 하나라도 읽고 버렸다. 고등학교 1,2 학년 때는 그야 말로 독서에 빠져 살았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에는 ‘단테의 신곡’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스토 엡스키,’ 등 등. 닥치고 읽기였다. 이해했냐 묻는다면 “뭘 알았겠어요. 그냥 읽은 거지.” 40년 만에 만난 내 고등학교 동창에 의하면 내가 삼국지를 서 너 번 읽었다고 하더라고 증언해 주기도 했다. 그러던 나도 요즈음은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다. 읽을 거리가 넘치는 이 때 책을 좋아는 하지만 호흡이 긴 책은 정말 안 읽어진다.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 하다가 우연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