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가지면 명품 인생이 될까?
내가 운동을 하는 스포츠 센터에는 매달 각종 명품잡지(명품의 잡지가 아니라 명품을 소개하는)들이 누구나 가져 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씩 잔뜩 쌓여 있다. 첨엔 잡지 외양이 너무 멋지고 근사해서 그 무거운 것들을 집으로 들고 와 보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 졌다. 멋진 모델들이 근사하게 입고 들고 바르고 손목에 차고 있는 것들을 보면 멋있어 보이긴 하다. 그런데 내가 했을 때도 똑같을 라나? 명품 소개 글들은 토씨만 빼고는 다 외국어로 쓰여 있어 나는 이해도 못하는 말들도 있다. 그래야 멋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런데 요즈음은 아침마다 배달되는 일간지들도 이런 류의 잡지에 뛰어든 것 같다. 내가 제일 즐겁게 그리고 느긋하게 보는 조간 신문들도 첫 [...]
부부 행복의 기술
미국의 흑인 배우 덴젤 위싱턴은 4자녀와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흔치 않는 배우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을 묻는 기자에게 대답했다. "난 언제나 이렇게 말해요, 여보, 당신이 옳아요.(Honey, You're right.)라구요." 영국에서 80년을 해로하며 행복하게 살았던 애로 스미스라는 할아버지도 그 비밀은 바로 ‘그래, 여보.(Yes, dear.)’ 였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람들 정말 도가 텄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말도 곱게 나간다. 내 자존감이 높으면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우리는 여유가 없으니까 상대방의 서운한 말 한마디에도 토라지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결혼 생활은 귀차니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모든 부부들은 다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사실 갈등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랑한다고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고 [...]
부부는 마음이 맞아야 사는가?
흔히들 하는 말로 부부는 마음이 맞아야 산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눈이 맞아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며 때론 갈등하고 웬수처럼 여기다가도 또 한 이불 덮고 아웅다웅 사는 게 부부인 것 같다. 우리 상담실에는 참으로 많은 부부들이 찾아온다. “ 정말 못살겠어요. 마음 안 맞아 못살겠어요.” 하며 갈등상황을 설명한다. 배려 없음과 염치없음과 무례함과 폭언 심지어 폭력사태에 까지 이르다 보면 도저히 못 살겠단다. 마음이 안 맞아 살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상담자인 내가 들어 봐도 정말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상담 내용을 자세히 들어 보면 어디서부터 갈등이 시작 됐는지 짐작 할 만 한 단서가 없지는 않다. 서로 바쁘다 보니 한집에 [...]
“재미있게 사세요.”
새해라 덕담을 많이 하게 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등등.. 그런데 나는 “재미있게 사세요.” 이렇게 말한다. 재미있게 사는 것이 복도 되고 건강도 되고 행복도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대는 20km, 30대는 30 km ... ..., 60대는 60km 70대는 70km로 세월이 달린다는데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알았으면 천천히 달리는 시기에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재미있게 살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 젊은 시절, 아이들이 어리고 손이 많이 갈 때는 얼른 자라서 제 앞가림하면 나도 내 생활을 해야지 하고 늘 생각했다.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노래도 불러보고 악기도 하나 쯤 해보고, 하다못해 하모니카라도 불어보고 (하모니카 연주자에게는 미안합니다.) 친구들과 여행도 좀 [...]
자식은 힘의 원천
예나 지금이나 자녀 키우기는 정말 만만치 않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예전에는 ‘저 먹을 것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아이는 자라서 훌륭한 한 일꾼이 되어 가계를 세우고 집안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 소리 마세요. 그건 다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경쟁이 치열한 사회예요. 아이 키우는 것도 집중과 선택이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누군들 아이 많이 낳아 훌륭하게 키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사회가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들잖아요?’ 한숨 섞인 토로를 한다. 지금은 아이가 태어나면 큰 소비자가 하나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신문도 앞 다투어 아이 하나 키워 사람 구실하게 될 때까지 수억의 돈이 든다고 [...]
행복한 투병 중(대상포진)
내가 대상포진에 걸렸다고 진단받은 날 포털 검색어 1위가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이란 병이 이젠 검색어 1위일 만큼 흔한 병이 되었다는 말일게다. 이 병은 과로해서 탈진하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온다고 했다. 하도 아프고 힘든 병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었다. 처음엔 어깨 통증이 너무 심해 오십견인가 했다. 어깨가 너무 아파 부항을 떴는데 어깨 부위부터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왼쪽 어깨부터 시작해 어깨를 중심으로 등과 가슴 쪽으로 내려 오고 머리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위가 엄청 넓었다. 다행히 포진이 생기자마자 치료를 시작했다.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으며 항바이러스 약과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니 병세가 잡히기 시작했다. 2주간 치료에서 호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어려워진다고 해서 열심히 약을 먹고 쉬고 했다. 온 [...]
“감사합니다.”
요즈음 재미있는 개그 프로그램에 “감사합니다.”란 코너가 있다. 물론 입담 좋은 개그맨들이 말하는 거니까 재미도 있지만 좋은 교훈을 주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엘리베이터를 혼자 탔는데 너무 배가 아파 방귀를 뀌고 말았다. 그런데 마침 한 아주머니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타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방귀 냄새가 묻혀 버렸다. 그래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친다. 이런 생활 속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감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곤 “작은 일에 감사합시다.” 하고 끝낸다. 돌아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명절에는 지인들과 간단한 선물을 주고 받는 일이 많다. 나는 받자 마자 누가 언제 주었는지를 라벨에 써서 붙여둔다. 그러면 그것을 다 쓸 때까지, 다 먹을 때 까지 주신 분을 생각하며 감사할 수 있다. [...]
“할머니, 이리 와세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인이는 서울에 오더니 조금씩 우리말을 잘 하기 시작 했다. 그런데 정말 헛갈려 하는 것이 존대어다. 내가 “다인아, 이리와.”하고 불렀더니 나를 부를 때 끝에 “세요.”를 붙여 “이리 와세요.” 한다. 뿐만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안녕히 주무세요.” 하는 거야 라고 가르쳤더니 그럼 아이들한테는 “안녕히 주무.” 하느냔다. 제 딴엔 “세요.”가 존칭 어미 인 것 같으니까 “세요.” 를 빼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말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존대어는 보통말과 전혀 다르다. “잘자” 와 “안녕히 주무세요” “밥 먹어라” “진지 잡수세요.” 글자 상으로 보면 비슷한 게 없다. “안녕히 다녀 오셨어요?” 도 번번히 틀린다. 잘 안되면 “하이.” 해 버린다. 다인이도 유치원에 [...]
“나, 우울해.”
친구가 한숨만 푹푹 쉬길 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우울해. 라고 한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손 하나 까딱하기도 싫은 때도 “나, 우울해.”한다. “나 우울해” 하는 것도 우울이다. 현대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우울증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설도 있다. 나는 너무 힘이 들어 탈진한 후에 우울증을 경험했다. 마음의 병인 줄만 알았더니 육신의 병이기도 했다. 탈진과 함께 무력감이 찾아오고 허탈감이 생기는데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허무하고 뭐라 설명할 수 없었다. 먹는 것도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다. 얼굴은 생기를 잃고 축 처지고 눈동자도 힘이 없었다. 어떤 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남편은 당신 이상해 졌다.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내 감정을 [...]
“잔소리 방지 대책 위원장”
나는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줄 몰랐다. 어느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발치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남편의 양말을 보고 “여보, 양말 좀 빨래 통에 갖다 넣어요.” 남편이 내 눈을 보더니 “당신 눈 떴어?” 하고 짖꿎게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오, 정말 내가 눈을 뜨자마자 남편에게 잔소리를 시작 했나보다. “눈만 뜨면 잔소리야?” 라고 꽥 소리 지를 수도 있는데 “당신 눈 떴어?”하고 슬쩍 짖꿎음을 실어 말하니 웃음이 터졌던 거다. 아내의 잔소리에 대처 하는 남편의 단수가 높아졌다. 그러고 보니 계속 남편을 가르치고 훈련해서 정리 정돈이 습관이 되게 하려고 그랬던 거 같다. 내 남편은 어질러놓는 명수다. 가히 달인 급 쯤 된다. 깔끔하게 청소한 목욕탕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