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마음이 맞아야 산다고 한다. 그런데 성경은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라고 명령하셨다. 왜 한마음이 되라고 하지 않고 한 몸을 이루라 하셨을까. 한마음이 되는 것 보다 한 몸이 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일까? 결혼 생활 40년이 더 지난 나 역시 남편과 맘이 맞는 경우가 사실 얼마 없다. 매사 생각이 다르고 의견도 부딪친다. 성격도 너무 달라 맞는 게 없다. 갈등하고 지지고 볶는다. 이게 다 맘 안 맞아 생기는 거다 싶다.

우리 상담실에는 많은 부부들이 찾아온다. “정말 마음 안 맞아 못살겠어요. 무관심하고 배려라곤 눈곱만치도 없고 대화도 안돼요.” 상담 내용을 자세히 들어 보면 어디서부터 갈등이 시작됐는지 짐작할 만한 단서는 있다. 이들은 살가운 스킨십을 나눈 지도 오래고, 서로 다정하게 얼굴을 바라본 적도 언젠가 싶을 정도다. 상담 첫날 마지막 즈음에 부부를 마주앉게 하고 손을 맞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게 했다. 한 2분가량 가만히 바라보게 한 후 물었다. “손잡으니까 어때요? 눈을 바라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요?” 이들은 “좋아요”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측은한 마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손도 안 잡고 눈 마주치는 일도 없이 지나다 보면 말도 곱게 안 나가고 짜증도 난다. 무관심해지고 마음은 냉랭해지며 멀어진다. 마음이 멀어졌다면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집안 살림에 치여, 너무 피곤해서,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부터인가 서로 손을 잡거나 가벼운 허깅도 다 잊고 살다보니 마음마저 무심해지기 일쑤다. 사랑은 눈이 맞아야 하고 눈 맞추는 것은 최초의 스킨십이다. 마음 안 맞아 못살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눈을 바라보며 슬쩍 손을 한번 잡아보자.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조금씩 스킨십을 늘려 가면 자연히 마음도 맞게 될 것이다. 몸이 맞으면 마음도 맞고 마음이 맞으면 몸도 맞게 되는 것이 결혼생활의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