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MBC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는 아빠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와 함께 있는 것조차 불편해 보였던 아빠가 아이와 교감하는 모습, 아이들을 위해 밥하고 먹이고 씻기고 함께 노는 모습, 처음엔 어설펐지만 점점 그럴 듯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 등은 흥미롭다. 또 지간이 지날수록 아빠들이 아이와 소통하는 일도, 옷 갈아입히는 일도 한결 자연스럽게 보인다.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몰랐던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뒹굴며 그야말로 가정 친화적 아빠가 되어가는 모습은 사뭇 감동적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것을 배우면 아내와의 관계도 분명 좋아지지 않을까? 아들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놀아주는 사위를 보면서 나의 남편은 ‘예전에 난 왜 저렇게 못했지?’라며 후회를 했다. 아내가 없으면 자기 손으로 밥 한 끼 차릴 수 없는 남편이었다. 나의 남편뿐 아니라 그 시대의 남자들은 ‘집안일은 당연히 아내 몫’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문화가 달라진 지금은 가정에서 남편 역할이 중요해졌다. 남편노릇도 아빠노릇도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집안일뿐 아니라 말하는 것도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 무슨 말을 하든지 서로 교감하는 재미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내가 속상해 하고 우울해 보이면 손을 잡아주고 마주 바라봐주자. 그것만으로도 아내는 감동한다. 여자는 남편의 사랑으로 살고 남자는 자존심으로 산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주고 좋은 건 반복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타협하는 기술을 익히자. ‘아빠, 어디가’의 아빠들처럼.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끝낸 후 차 한잔 만들어 “여보, 차 한잔 마시자”고 해보는 것도 좋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그가 바로 가정 친화적 남편이다. 이런 남편이야말로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한 사람이다. 이를 안다면 아마 실천할 남편들이 많을 것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는데 가정이야말로 가장 시원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