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노릇도 공부해야 되는 시대다. 아마 인생에서 제일 힘든 게 부모노릇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일관성있게 훈육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 큰 딸은 애기 때부터 잠귀가 밝고 잠을 잘 못 드는 아이였다. 밤중에도 안자고 울어 대며
낮잠도 잘 안 잤다. 어떤 날은 아이와 내기까지 했다. 네가 언제 까지 안 자고 우나 보자. 끝까지 모른척하면 울다 지쳐 잠들겠지. 그랬는데 한 시간도 더 지나고 목이 쉬어 꺽꺽리기까지 울어서 결국 내가 포기 했다. 왜 안자고 우나 봤더니 워낙 잠이 적은 아이였다. 그래서 밤이나 낮이나 아이가 안자면 졸음이 쏟아져도 그냥 데리고 노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무엇을 못하게 하기 보다 다른 대안을 준 셈이었다.
아이 키우는 것은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훈련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심리도 파악해야하고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아개발도 도와야 하며 쏟아지는 정보의 옥석도 가려야하며 피해 갈 수 없는 사교육에도 매달려야 한다. 인격도 존중하고 적절한 의사 소통도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매년 여름 방학이면 손자를 돌보는 일을 한다. 일하는 딸이 아이들을 벗어나 좀 쉬게도 할 겸 그렇게 한다. 친정 엄마가 안 계신 내가 발버둥치며 아이들을 키우던 생각이 나서다. 손자들에게는 눈감아주는 것이 많은 참으로 너그러운 할머니다. 내 아이들 키울 때도 이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쿨한 부모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공부는 좀 덜 했더라도 아이들의 인생은 훨씬 행복했을 거 같다.
그래도 애들 때문에 부모가 사람 되는 거지 생각한다. 또 애들 때문에 아버지 하나님께서 자녀인 나를 오래 참으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더 깊이 깨닫게도 된다.
언젠가 힐링캠프 싸이편을 보는데 싸이가 대마초로 잡혀 경찰서에 갔을 때 그 아버지가 와서 아들의 손을 잡으며 했다는 말이 “이참에 담배나 끊으라우.”였고 어머니는 “내 이럴 줄 알았어.” 였다는 말이 기억난다. 그때 싸이는 아버지가 잡은 손에서 울음을 느꼈다고 했다. 쿨한 부모가 그런 창의적인 자녀를 만들었을 것이다.
사위가 제 아이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재미있게 노는 것 (놀아주는 것이 아닌)을 보고 내 남편은 “난 왜 저렇게 못했지?” 했다. 적당한 훈육도 중요하지만 잘 놀아주는 아빠 사랑하는 걸 진심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부모가 좋은 부모가 아닐까? 우리가 자라던 때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진 문화에 적응하는 쿨한 부모가 되어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