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9일(219호)
곰 아내, 참새 아내
초인종 소리. 아내가 반갑게 남편을 맞는다.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아내의 질문이 시작된다.
아내는 남편을 향해 오늘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들을 보고하지만 남편은 영 관심 밖이다. 부부의 대화는 계속 공회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제서야 아내는 식탁에 음식을 올려놓는다. 남편은 ‘참새 아내’의 수다에 피곤할 뿐이다. 아내가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남편과 전혀 상관이 없는 무가치한 것들이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 들어온 남편은 오히려 더욱 피로가 가중되는 느낌이다.
‘좀 조용하고 차분한 여자와 살아보았으면···.’
남편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직장에서 분주하게 보내는 남편들은 자신의 집을 동굴로 여긴다. 자신만의 편안한 공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남편들은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약 30분 동안은 그냥 편안히 쉬고 싶어 한다. 그 후에 비로소 아내, 자녀들과의 대화를 원하는 것이다. 참새 아내는 남편의 그런 마음을 모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초인종 소리. 아내는 문을 따주고 텔레비전 앞에 다시 앉는다. 남편은 안방에 들어가 옷을 벗고 몸을 씻는다. 아내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무심함이 한없이 야속하다. 10여분이 지났지만 이 부부는 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밥 좀 달라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대답이 없다. 부아가 치민 남편이 언성을 조금 높여 다시 한번 말한다. 그제서야 아내는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기밥솥에서 밥을 퍼 식탁에 올려놓고 냉장고에서 반찬 통을 꺼내 그대로 진열한다. 반찬을 접시에 담아주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올려놓고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 앞에 다시 앉는다. 아내는 그때까지 단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부부가 특별히 금술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이런 냉랭한 삶에 너무 오래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식탁에 혼자 앉아서 외로운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오만 가지 상상을 해본다.
‘좀 상냥한 여자와 살아보았으면···.’
‘참새 아내’와 ‘곰 아내’를 둔 남편들은 자시의 형편을 생각하며 반대의 상상을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만족을 줄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아내, 완벽한 남편은 없다. 곰은 곰대로 장점이 있고 참새는 참새대로 매력이 있다. 서로의 장점들을 크게 보면 단점이 감추어지는 것이다. 상냥하고 수다스런 아내를 둔 아내를 둔 남편은 은근히 조용한 여성을 원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과묵한 아내와 사는 남편은 상냥한 여성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여성과 살아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지나친 상냥함이 오히려 고통인 것을···. 아내의 과묵함에 속이 타는 것을···.
당신은 ‘참새 아내’인가, 아니면 ‘곰 아내’인가.
가정은 발전소다. 남편들은 가정에서 힘을 충전해 직장으로 나간다. 당신이 바로 한 남성의 충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방전기가 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외로움을 느끼는 쪽은 남성이다. 여성은 마흔을 넘기면서부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거의 중성에 가까워진다.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점점 줄어들면서 중성화된다. 중년의 여성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대담해진다. 그러나 남편들은 점점 용기와 기백이 없어진다. 젊어서 아내를 호령하던 남편들이 말년에 아내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내들이여, 남편을 가장의 위치에 되돌려놓으라. 순종하는 아내, 그래야 그 가정에 질서가 있고 평화가 있다.
남편이 일하는 시간에 남편을 위해 기도하라. 아내의 기도가 있는 가정은 철옹벽이다. 아내의 기도가 없으면 남편은 종이벽이다.
부부가 잠들기 전에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해보라. 취침 전 부부가 손 잡고 같이 드리는 기도는 중요한 대화이다. 하나님과의 대화이고 부부간의 대화이다. 그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사랑에 감동할 것이다.
부부싸움을 한 후에도 기도하라.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일단 습관을 들여놓으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부부가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면 예정에 느끼지 못한 놀라운 변화를 체험할 것이다.
기도는 참새 같은 아내를 귀여운 종달새로 바꾸어 놓는다. 기도는 곰 같은 아내를 믿음직하고 상냥한 토끼로 변화시켜 놓는다.
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라. 미스코리아 같은 젊은 여직원들을 온종일 보다가 흐트러진 머리에, 빛바랜 운동복을 입고 있는 아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내가 왜 결혼했지?’
아마 남편들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아내들은 왜 남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외출할 때는 온갖 치장을 하면서도 남편을 위해 화장을 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 남편을 위해서도 립스틱 짙게 바르고 멋을 낼 줄 알아야 한다.
두상달 김영숙 부부
giantd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