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나와 다른 점이 매력으로 보인다. 데이트할 때 좋아보였던 상대의 장점들이 결혼과 더불어 단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처음 만났을 때는 과묵하고 말 없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신뢰할 수 있고 행복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혼을 했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그는 말이 없다. 집에 들어오면 말이 없는 남편,그가 여전히 좋아보일까? 말없는 그 사나이와 같이 사는 여인이 행복할까? 같이 살아보니 아니다.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같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부부가 있다. 결혼 전 말 잘하는 여인이 좋아보였다. 여우같은 아내가 상냥해서 좋으리라는 기대로 결혼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날만 새면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말이 너무 많은 것이다. 말 많은 여인에게 질렸다.
외국에 사는 후배 부부가 있다. 캠퍼스 커플인 그들은 대학시절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남편은 철학을 전공했다. 외국생활에서 경제적 기반도 이루었고 매사에 목표지향적이다. 2005년의 목표를 세우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전화번호도 2005번이고 벽에도 2005년을 크게 써붙였다. 대학시절 인생을 논하고 철학을 이야기하는 남편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 거기에 반해서 오랜 교제 끝에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해 살아보니 그게 아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목표가 없다고 무안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 아내는 목표가 밥 먹여 주느냐고,목표가 인생의 전부냐고 항변을 한다. 여자는 목표 때문에 살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고 싶고 정감있는 사랑의 밀어를 듣고 싶다. 때로는 가까이 다가가 그날 힘들었던 일이며 감정을 이야기해본다. 그러면 말 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남편이 겨우 한 마디를 한다.
“야,집어치워라. 그건 인류와 역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한 마디다. 아내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 억장이 무너진다. “장로님,살 수가 없어요”라고 하소연이다. 부부가 대화 좀 하자는데 웬 뚱딴지같은 인류 평화와 역사인가. 연애할 때는 다른 점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같이 살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매력이 아니다. 오히려 불만 요소가 된다.
결혼 전 장점이 결혼 후 단점이 된다. 그래서 자기와 같아지라고 성화를 부린다. 그것이 스트레스고 갈등이다. 부부는 인류 평화와 역사로 사는 것이 아니다. 대화와 사랑을 먹고 살아간다. 부부는 엇박자 인생,서로 다른 정서의 교감으로 엮어가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두 상 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