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생활세미나를 하면서 결혼생활 10년이상 된 여성들에게 가끔 물어본다. “내가 만일 가정을 다시 시작한다면 현재의 배우자와 다시 만나겠는가?”

이 질문에 80%이상의 여성이 기회가 된다면 바꾸어 보겠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간 당하고 산 것도 억울한데 뭘 다시 만나요”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70% 남성들은 다시 만나겠다고 한다. 여자들은 부족을 느끼고 아쉬움이 많은데 왜 남자들은 별 문제가 없고 둔감한 것일까?

15년 전만 해도 이혼율이 50∼60%선인 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남의 말을 할 입장이 못된다. 이혼증가율은 세계최고다. 이혼 도미노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혼여행 갔다가 헤어져 따로따로 돌아온다. 결혼식장에서 맞절하다가 머리 부딪힌 것이 시비가 되어 헤어지기도 한다. 이혼경보체계라도 발동해야 할 상황이다. 이혼은 더 이상 20∼30대의 젊은 부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년 아니 황혼이혼도 급증하고 있다. 자녀 결혼문제 때문에 참고 미루어 오다가 자녀 결혼과 동시에 남남으로 헤어지는 부부도 있다.

‘환갑 넘긴 이혼남 급증’. 어느날 일간지 사회면 톱 제목이다. 일본에선 60세 정년퇴직과 더불어 아내로부터 이혼의 쓰라림을 당한 남성의 수가 한해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가정에서도 내몰려 졸지에 오갈 데 없는 말년이 되고 만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말년에 내쫓기는 가장들이 늘고 있다. 희생과 봉사로 인내해온 아내들이 뒤늦게나마 권리회복 선언을 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한번 결합은 영원한 결합이었다. 결혼하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는 요조숙녀는 없다. 이순을 넘겨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좀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가지면서도 변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한다.

정서와 문화가 변한 것을 모르고 사는 것은 비극이다. 10년전까지만 해도 이혼을 남자 쪽에서 많이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여자 쪽에서 훨씬 더 많이 이혼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세상이 되었다. 한국의 남성들은 5000년동안 내려온 가부장적 문화의 수혜자들이다. 남성들이 변할 때 가정이 건강해진다. 악의는 없었다 치더라도 과묵함과 무관심 그리고 표현의 미숙함 때문에 좌절과 외로움으로 많은 여인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동안 기세등등하게 군림하며 제왕처럼 태평성대를 누려온 남자들이여! 세상이 변했노라. 이제는 목소리를 낮추자. 늙어서 구박받지 않으려거든.

두 상 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