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클리닉] 대화는 들어주고 맞장구치는 것

대화에는 하급과 상급대화가 있다. 길거리에서 이웃집 아저씨를 만나면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라고 인사한다. 그 사람이 안녕하신지가 관심사일까? 아니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를 가는지 알고 싶어서 묻는 말일까? 아니다. 의례적인 말일 뿐이다. 이런 것을 감정이 없는 하급대화라고 한다. 바로 5등급 대화이다.

그런가 하면 베갯머리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부부간의 정감어린 대화가 있다. 감정을 나누고 느낌과 의견을 나눈다. 서로 솔직하고 진실된 정을 나누는 것이다. 바로 1등급의 상급대화이다. 대화의 밀도와 수준에 따라 가정의 행복이 구분된다. 행복해야 할 가정들이 대화의 결핍으로 대화 경색증에 걸려 있다. 대화가 결핍된 가정은 무덤덤하고 냉랭하다. 표현 방법과 기술이 서툴러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한집에 살지만 ‘결혼한 독신처럼’ 5등급 대화로 산다. 한지붕밑 두 가정과 같다. 통신 기술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대화 수준은 하급이다. 부부는 물론 자녀와 의사소통도 안된다. 자녀들은 엄마 아빠는 꽉 막혔다고 한다.

대화는 없고 눈치만 있다. 그래서 대화문화와 눈치문화가 충돌한다. 가정은 에너지의 소모처가 아니라 충전소이고 휴식처이다. 대화가 없는 가정은 충전소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근원지일 뿐이다. 대화는 들어주는 것이다.

상담자들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상대의 사정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공감한다. 들으면서 눈물을 닦아주며 맞장구를 쳐주고 때로는 같이 눈물을 흘려주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의 치료 대부분은 한맺힌 사연에 귀기울여주고 고통에 공감해주는 것이다. 상담이라는 용어는 들어준다는 말의 미화된 표현일 뿐이다.

미국에는 실버 시터(Silver Sitter)라는 직업이 있다. 노인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일이다.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시간별로 얼마를 받는다. ‘1?2?3법칙’이 있다. 1분간 말하고,2분간 들어주고,3분간은 맞장구치는 것이다.

부부는 맞장구를 쳐야 한다. 남편이 도둑질하면 아내는 망을 보라는 말이 있다. 맞장구쳐주면 나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대화가 없는 부부의 삶은 황량한 사막이다. 부부는 멋진 대화의 파트너이다. 부부는 때때로 1등급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내 아내가 자주 하는 말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요.”

두 상 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