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냉·난방조절 문제로 부딪치기도 한다. 더운 여름에 나는 차를 타면 에어컨을 켜야 한다. 그런데 아내는 그것을 끄라고 성화다. 나는 더위를 못 참는 반면 아내는 찬바람이나 선풍기 바람은 질색이다. 잠자는 것도 다르다. 나는 깡촌 출신이라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소위 종달새형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서울 출신,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다.
신혼초 그것 때문에 부딪치기도 했다. 밤이 깊었는데도 전혀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일을 시작한다. 내가 “밤 10시인데 자자,빨리 자자”라고 조르면 먼저 자라고 한다. 내가 자야 할 시간인 밤 10시가 되면 눈동자가 번쩍거리고 생기가 나는 여자가 내 아내다. 나는 밤 10시가 되면 눈동자가 반쯤 풀려 비몽사몽 제 정신이 아니다.
또 나는 누웠다 하면 3분내에 잠이 든다. 그런데 내 아내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만리장성,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섭렵하고 온갖 상념을 다한다. 별별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옆에서 해댄다. 그러다가 “잠들었어?”하고 잠든 나를 밀친다. 그러니 야행성 아내랑 사는 나는 자는 것까지도 고달프고 힘들다.
결혼전 내 아내는 나의 결단력과 과단성 등이 좋아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같이 살고보니 그게 아니다. 어쩌다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나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 성깔대로 해대고 “끝”하고 잠들어버린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끓이고 삭이고 속앓이를 한다. ‘이 인간! 속좋게 곯아떨어져. 뭐 뒤끝이 없다고.’ 그래서 아내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 가장 싫다고 한다.
내향적 사람과 외향적 사람이 만나 갈등하기도 한다. 만일 같은 기질끼리만 짝이 된다면 지구는 재앙이다. 만일 외향적 커플만 존재하는 사회라면 길거리가 얼마나 혼잡해질까? 도로가 2∼3배로 늘어나도 교통체증과 공해도 심해질 것이다. 내향적 커플만 사는 사회라면 또 얼마나 적막강산이 될까? 동물은 섞일수록 건강해진다.
부부도 다른 사람으로 만날 때 우성의 자녀,건강한 2세를 둔다. 진정한 차이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동일성 속에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 속에서 동일성을 이룬다. 이것이 사랑의 모델이다. 다른 것은 축복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맞는 게 없다고? 천생연분 찰떡궁합인 줄 알고 살아라.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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