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미있는 날로 점을 찍고 지나가야 한다. 그냥 지나쳐버리면 무심한 남자로 찍힌다. 그리고 마치 인생 전체가 배반 당한 것같은 서운함을 갖는다. 그러나 남자들은 결혼기념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도 365일 중의 하루와 똑같다. 오히려 조금 거추장스럽게 여겨 여느 날처럼 지냈으면 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조그마한 선물 하나에도 행복을 느낀다. 어느날 갑자기 들고온 장미꽃 몇 송이에 아내들은 감동을 한다. 남자들은 꽃다발을 받고 감동하는 사람은 없다. 꽃다발같은 것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는다. 남자들은 꽃다발 들고 다니는 남자를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다. 좀 덜 떨어졌거나,머리가 비었거나 아니면 누구의 뒤나 쫓아다니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고루한 사람도 있다.
내 아내도 생일에 장미꽃을 받고 싶어했다. 1개월 전부터 예고 통지하고 김칫국을 마셨다. “11월8일이 내 생일인줄 알지?”하며 장미꽃을 주문했다. 드디어 그 날이 되었다. 출근하는 나에게 다시 한번 자기의 생일날임을 상기시켰다. 집을 나서다가 나는 돌아서서 아내에게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호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주었다. 물론 장미꽃을 사라는 주문과 함께….
행복해 하리라 기대했던 아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면서 찜찜한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날 밤 우리집 분위기가 어떠했으리라는 상상은 여백으로 남기고 싶다. 돈 잃고,사람 잃고,좋은 소리 못 듣고 욕만 실컷 얻어먹었다. 꽃값 치르고 찍힌 남자. 차라리 꽃값을 주지 않고 출근했더라면 재난은 면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 막급이었다.
진정 사랑하면서도 사랑의 표현 방식이 서툴러서 남자들은 수난을 당한다. 가장 사랑하는 관계이면서 왜 가장 많이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을까? 사랑하면서 왜 사람들은 사랑에 실패할까? 사랑의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내 방식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상대방 기준으로 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내 기준과 내 방식이 아니다. 상대가 느낄 때 그것이 사랑이다. 상대가 바라는 방식이 되어야 상대가 느끼는 것이다. 사랑의 부재가 문제가 아니다. 사랑의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기념일을 의무감으로 챙기는 남성들이여! 그때가 좋은 때인 줄 아는 남자가 복이 있다.
두 상 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