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식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여자에게는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여자들이다. 강남의 집값을 올린 공로자들도 여자들이다. 비교편차 의식이 삶의 지평을 넓히기도 하지만 자기비하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가 아는 J장로. 그는 헌신된 사람으로 귀한 일을 하고 있다. 나와는 여러 면에서 평생의 동역자이기도 하다. 그는 일의 추진력에 있어 탁월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처럼 깡촌 출신으로 투박한 모습에 세련미는 없다. 그는 아내에게 자상한 사람이다. 아내를 끔찍이 생각하고 소중히 여긴다. 얼마 전부터 아내를 위해 평생 설거지하기로 작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젊을 때 아내가 희생했으니 이제 아내를 위해 설거지 전담맨이라도 되겠다는 것이다. 가상한 일이다. 한번은 외국여행길에 그 부부와 나란히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 있었다. 식사시간에 그의 아내가 남편에게 포도를 가리키며 “이게 뭐야?” 하고 물어본다. “그건 포도야.” 또 딸기를 가리키며 “이건 뭐야?” 하니 “응,그건 딸기야.”라고 대답하니 집어 먹는다. 그러더니 또 한번 “이건 뭐야?” “그건 토마토야.” 물어보는 것들이 누구도 알 수 있는 과일들이다. 유치원 아이들도 묻지 않을 것들이다. 너무도 자명한 것을 물어보는 순진한 아내.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대답해주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그것을 바로 옆자리에서 내 아내가 지켜보고 있었다. 부러운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내 아내도 내게 딸기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이게 뭐야?” 그래 나는 아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보면 몰라!”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실망했던지 또 한번 포도를 가리키며 아내가 묻는다. “이건 뭐야?”“아니 눈도 없어?” 그랬더니 나를 쥐어박는다. 그래서 서로 웃었다.

무뚝뚝한 것보다 자상한 것이 좋다. 그러나 내 남자,내 여자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불만이 된다. 자족하거나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 자기보다 좋아보이는 사람과 계속 비교하기 때문이다. 바로 비교 함정이다. 사람은 백인백색,모두 다르고 독특하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광에 비해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 불행하다.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