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재앙 쓰나미 현장
지난해 말 성탄직후 남아시아를 할퀴고 간 쓰나미는 대재앙이었다.
슬픔이었다. 통곡으로 어울어진 참혹한 현장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채 당혹하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20만 명을 넘는 생명을 앗아갔다.
수백만 명의 이재민과 부상자를 냈다.
나는 기아대책 구호팀으로 그 지진 발생 현장에서 가장 가깝고도 가장 피해가 심하다는 곳 Banda ache 주를 1월초 방문하였다.
이 지역에서만 10만명 이상의 목숨을 잃었다. 전가족이 죽었는가 하면 남편을 잃고 자녀와 아내를 잃었다. 사망자 집계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곳은 모스렘교가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전해진 지역으로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회교법인 샤리아법이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반군들이 가장 활발히 준동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부군과의 싸움으로 계엄상태하에 있는 지역이다. 반군들의 활동으로 외국인들의 여행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현장에 가는 길부터 전쟁
정부에서 총리일행이 전세기를 내어 가는 길에 같이 동승하여 자카르타까지 갈 수 있었다. 그 비행기로 현장 가까운 메단공항으로 가려고 시도했으나 회항 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 비행기 안에서 장장 21시간가량을 지냈으나 허사였다.
3일이 더 걸려 천신만고 끝에 공군 비행기를 타고 반다아체로 직접갈수가 있었다. 구호활동을 위해 동원된 상가폴 공군 비행기를 타기도 했다가 결국 호주 공군비행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가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다.
그날따라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공군 비행장에 수송작전 점검차 방문했다가 우리가 탄 공군비행기 안까지 들어와서 격려하는 일이 있고서야 갈수가 있었다.
현지 공항 주위에는 벌써 세계 각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NGO들이 텐트촌을 이루고 있었고 많은 구호물자들이 야적되어 있었다.
여러 나라의 군용비행기가 보였고 특히 미국의 군용 비행기와 헬리콥터 여러 대가 굉음을 지르며 구호 작전을 펴고 있다.
항공모함 1척까지도 동원해서 미국은 돕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치안보장이 안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행정이 마비되어있고 치안이 불안한곳으로 반군들의 활동 무대로 구호요원들의 활동도 보장되지 아니함으로 밤에 출입을 금지하라고 주문한다. 무인도에 갔다고 생각하고 건강도 스스로 챙기라고 한다.
콜레라, 댕기열, 말라리아에 조심하라고 한다.
폐허로 변한 현장
기아대책 1진, 2진이 이미 도착 활동에 왔기에 그 안내를 받으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가는 곳 여기저기에 엉성한 이재민 텐트촌들이 보인다.
병원과 구호소 앞에는 실종된 사람을 찾는 크고 작은 벽보들이 빼곡히 붙어있다.
피해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바닷가가 아닌 비교적 도시 상단 쪽인데 1,2층까지 물에 잠겼고 그 현장은 완전 폐허로 변해 버렸다. 약 2시간동안 거대한 높이의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몇 번을 했다는 것이다. 건물들은 부서지거나 폭삭 내려 앉아버렸고 밀려온 수많은 쓰레기와 건축폐기물이 뒤범벅되어있다.
그 속에 묻혀 있는 시신들이 썩는 냄새에 역겨워 숨을 쉴 수가 없다. 길거리 여기저기에 비닐에 엉성하게 쌓인 시신이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그 주위를 고양이와 떠돌이 개들이 어슬렁거린다.
중형선박들이 시내 곳곳에 뒤집힌 채로 반파 또는 완파된 채로 여기저기 박혀있다. 자동차들의 모양은 그 모양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진채 여기저기 박혀있다. 중장비들도 떠밀려와 부서진채 곤두박질쳐있다.
상류쪽에서는 건물이 있던 자리들이 건물 쓰레기 야적장같이 변해버렸고 반파된 건물들이 여기저기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철저히 파괴될 수 있을까?
마치 어린이 장난감위를 공룡이 밟고 지나간 것처럼 파괴되어 버렸다.
조금 더 바다쪽으로 가 보았다.
그 곳은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들이다. 그 넓은 지역에 집이 한 채도 보이지 않는다. 완전히 쓸어가 버린 것이다. 10여분을 달려가는데도 여기가 사람이 살았던 장소이구나라고만 생각되어 질뿐 아무것도 없다.
이곳저곳에 집터였던 기초들이 보일뿐 깨끗하게 떠밀려가 버렸다.
곳곳이 물웅덩이에 호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갯벌로 변해 버렸다. 바다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원래 바다였던 자리, 자연은 그 바닷가를 바다로 다시 돌려 달라. 이것은 내것이라며 도로 가져간 것이다.
풀이며 나무며 건축 잔해까지 싹 쓸어 가버렸지만 띄엄띄엄 야자나무들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야자나무는 그 뿌리며 줄기가 그 만큼 강한 모양이다.
집터만 남아있는 여기저기에 웅덩이를 파고서 비닐에 쌓아 시신들을 그대로 버려져있고 그 웅덩이들에 시신들이 뒤엉켜 물속에 잠긴 채로 썩어가고 있다. 그 냄새가 역겨워 숨이 막힌다. 신원확인도 불가능하다. 고온다습폭우에 쉽게 부패해 그냥 그대로 버려 처리하고 있다.
바로 이런 곳이 생지옥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에는 매일같이 여진이 있다. 형광등이 흔들리고 건물이 떨린다.
지진이 나면 대피요령 전단을 길거리에서 돌리기도 한다.
가족을 잃고 겨우 목숨을 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공포에 질려있고 망연자실 하고 있다. 큰소리만 나도 놀라고 불안해하며 여자들은 소변을 누는 등 정신적 후유증도 심각하다.
부상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상 어디도 안전지대는 없다. 한국이라고 안전의 보장은 없다.
쓰나미는 지나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속에 남은 상처와 고통은 오래 두고 아픔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