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조선 칼럼 02. 은퇴 후 최고 재테크는 부부관계 개선
퇴직한 남편에 대한 삼식이 시리즈가 있다.
집에서 한끼도 안먹는 남편 : 영식씨,
한끼 먹는 남편 : 일식씨,
두끼 먹는 남편 : 두식씨,
세끼 먹는 남편 : 삼시 쉐끼
세끼 먹고 간식 먹는 남편 : 간나 쉐끼
세끼 먹고 간식먹고 야식 먹는 남편 : 종간나 쉐끼
시도 때도 없이 먹는 남편 : 십 쉐끼
세끼 먹고 간식먹고 야식먹고 마누라는 안쳐다 보는 남편 : 쌍노무 쉐끼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내들은 박장대소하며 웃는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은퇴한 남자들의 역할과 삶에 대한 깊은 은유가 숨어있는 것이다. 은퇴는 잘 나가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용도폐기가 되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은퇴를 비켜갈 수는 없다. 용도폐기를 당하지 말고 용도를 변경해라. 그렇게 새출발할 때 인생대역전같은 삶이 시작된다.
은퇴설계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재테크, 시테크 등 은퇴자의 재산관리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사실 은퇴 후의 가장 큰 재테크는 배우자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돈은 조금 없어도 세끼 밥만 먹으면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보기 싫은 인간과 매일 얼굴보고 갈등하면서 30년 40년 계속 살 수는 없다. 인생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부부관계인 것이다.
<은퇴 후 최고의 투자는 배우자펀드>
모두가 고령사회와 은퇴를 걱정한다. 그러나 은퇴이후 빈곤해 지는 베이비부머들의 호주머니에만 관심을 갖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인데 이를 개선하고자 계몽을 하자는 목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황혼이혼은 노년의 삶을 병들게 하고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크게 늘어나게 한다. 은퇴가 시작되기 전 부부관계가 좋으면 재테크나 시테크가 부족해도 살아갈 수 있다. 부부간에 서로 의지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살아지기 때문이다.
은퇴 전부터 노력 할 일은 바로 배우자와의 관계 개선이다. 은퇴이후 배우자와의 인생2막 준비가 되어있으면 은퇴가 즐거워질 수 있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나 봉사활동 등,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일들에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유익한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24시간 붙어있으면 없는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다. 부부가 ‘따로 또는 같이’를 적당히 배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아내 없는 시간들이 종종 생길 것이다. 아내가 취미생활 하는데 밥 차려 달라고 보채면 안된다. 삼식이시리즈는 그래서 생긴것이다. 아내가 없는 한 끼 정도 식사는 내가 스스로 차릴 수 있도록 남편들은 차근차근 부엌에 익숙해 져야 한다.
<일 놓자 숨 놓는다>
‘일 놓자 숨 놓는다’고 한다. 평생 일이 전부였던 사람들은 은퇴하고 나면 삶의 의미가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 같은 공허감을 느낀다. 그래서 은퇴 후에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일종의 심리적인 공황기를 겪는 것이다.
은퇴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백발이 되거나 폭삭 늙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찍 숨을 거두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극심한 부부갈등으로 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서 물러난 후 겪게 되는 증상이다.
R.H.S(Retired Husband Syndrome), 즉 ‘은퇴 남편 증후군’이라는 열병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평생을 일 중심으로만 살아온 탓에 겪는 노년의 아픔이다. 성공을 향해 내달렸던 젊은 시절에는 아내도, 자녀들도, 친구도 보이지 않는다. 평생 하숙생 노릇을 하다 집에 들어앉으니 허전하고 답답하고 쓸쓸하다. 평소 대화가 없던 아내나 불쑥 커 버린 자식들은 낯설고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은퇴 후 나의 소속공간이 될 봉사나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것도 좋다.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취미도 좋고 각자의 취미생활도 좋다. 일하던 사람은 일이 없는데 대한 공허감이 크다. 취미생활은 일이 없어진 공허한 빈자리의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취미생활도 물론 부부관계가 좋아야 재미가 있다. 부부관계는 하루 아침에 좋아질 수 없다. 좀더 일찍 좀더 싱싱할 때부터 일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균형을 취해라. 그것이 최고의 은퇴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