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조선 08. 남편 기 살리기

인간의 신체 가능은 나이와 더불어 점점 퇴화된다.
시력도 청력도 떨어진다.
안경점이며 보청기 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로 노인들이 마주 앉아 서로 동문서답하는 경우를 본다.

라디오 방송 컬투쇼에서 소개한 사연을 들은 일이 있다. 어느 할아버지가 새로 텔레비전을 구입하였다. 설치기사가 다녀간 후 AS를 잘 받았는지 확인 차 콜센터에서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 여직원은 빠른 말투로 “고객님 , 서비스 잘 받으셨습니까? 서비스 받은 내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받으신 내용 중 ‘만족’, ‘매우만족’, ‘불만족’ 중 하나를 선택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았지만 이 어른은 정확한 내용을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머뭇거리는 할아버지를 보고 할머니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할아버지 왈, “매운만두와 물만두 중 뭐가 좋냐는데?”

귀가 어두운 노부부의 있을 법한 얘기다.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것이 퇴화된다. 특히 남자는 일선에서 은퇴하면 용도가 폐기된다. 젊어서 아무리 큰소리치던 근육질의 남자라 하더라도 나이를 먹으면 다 같아진다.

반면 여자는 늙어갈수록 남자가 귀찮아 질수도 있다. 50대 이상 된 중년여성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나이 먹어 부부만 남아있으면 적막강산, 남편은 살아있고 아내가 먼저 죽으면 망막강산, 남편이 먼저 죽고 아내만 남으면 금수강산’
남자들이 들으면 서운한 말이지만 요즘 중년 여성들은 이런 소리 하며 웃고 산다. 하지만 ‘쭉정이 같은 남편도 있는 게 낫다’는 게 여성들의 실지 속내다. 남자의 위상이 아무리 무너졌다 해도 남자의 역할과 자리가 있는 것이다.

남편, 아빠의 권위가 무너지던 시점에 나온 동요가 있다. ‘아빠, 힘내세요. 라는 동요다. IMF위기 이후 TV광고에서도 아빠 기 살리는 내용으로 많이 인용됐다. 이 동요가 대중화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빠의 무너진 자화상에 남편의 자존감마저 무너져 남성들의 현주소가 너무 초라해져가고 있다.

남자는 자존심에 목숨을 건다. 여자는 사랑에 인생을 건다.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린 여자는 절대로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남녀는 서로가 공존하는 것이다. 여자들이 원하는 사랑이란 불같은 사랑이 아니다. 배려와 관심과 인정과 부드러움이다. 남편들이 아내를 조금만 배려하면 가정에 평화가 있다. 마찬가지다. 아내들이 남편의 기를 조금만 살려주면 남자들은 자기가 최고인줄 알고 훨훨 나른다. 그런 남자는 자신감이 생기고 당당하며 조직에서 인정받는 능력자가 될 것이다.

남자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동물이다. 쫀심에 죽고 사는 것이다. 설사 허세에 불과하더라도 한껏 잘난 척을 하고 또 그것을 인정받아야만 살맛이 난다. 여자에게 공주컴플렉스가 있다면 남자들에게는 대장콤플렉스가 있다. 남자들은 누구나 대장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집밖에서 대장 노릇할 곳이 많지 않다. 직장이든 조직이든 어디나 서열이 있다. 서열의 우두머리는 한명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대장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남자라도 대장 노릇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가정이다. 가정에서는 최소한 가장이고 우두머리인 것이다. 그런데 대장을 졸병취급하려는 아내가 문제다. 가정마저도 날 인정하지 않는다 싶으니 남자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IMF시절 많은 사람이 실직을 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 때 아내로부터 비난이나 지적을 받고 무시당한 남편들이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삶의 의욕은 떨어지고 심지어 삶을 포기 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길거리에 내몰린 것이 노숙자인 것이다.
내 남편 때로 오장육부를 뒤집어 놓는다 할지라도 기는 꺾지 마라. 남자에게 있어 자존심은 생명과도 같다.
못나고 부족해도 비록 장애가 왔더라도 옆자리를 메울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도 축복이고 감사의 조건이다.
그것은 남편을 잃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