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야기 2012년 2월호>
만짐의 기적
요즈음 모든 언론에서 앞다투어 다루는 화제가 ‘왕따’다. ‘왕따학생, 왕따교사, 왕따아빠, 왕따직장인’까지 왕따가 엄청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왕따의 대상을 보면 왕따 당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들 정도다. 부모가 이혼한 아이, 잘난척 하는 아이, 공부만 잘하는 아이도 모두 왕따의 대상이다.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평범한 아이가 일부러 비행청소년이 되기로 한다. 왕따와 폭력에 시달려도 보복이 두려워 교사나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고통받은 아이들이 넘쳐난다. 참으로 잔인한 사회가 되었다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더 끔찍한 것은 가해학생들 스스로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짓고 있는지 모른다는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다. 핵가족, 맞벌이부부, 저출산이 빚어내는 우리시대의 불편한 진실이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쳐야 다음 소라도 잃지 않는다. 핵심은 가정이다. 가정이 온전해지면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비빌 언덕이 생기는 것이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배우자와 갈등하는 사이 나도모르게 자녀는 방치된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내 아이의 어린시절, 청소년기는 덧없이 흘러간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들을 보듬고 안아줘라. 다 큰 자식도 부모앞에서는 아이다. 자녀는 늙어서도 부모가 있으면 든든하다. 재혼을 한다 해도 부모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 얻은 내 아이와 수시로 대화하고 포옹하라. 만져주는 부모의 손길이 계모든 계부든 상관없이 아이들에겐 위로가 된다.
< 만짐의 기적>
사람은 온몸에 접촉수용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래서 자꾸 어루만져 주고 접촉을 해 주어야 면역세포가 살아나서 건강해진다. 육체적 접촉이 결핍된 아이들은 ‘마라스무스(Marasmus)’라는 특이한 병에 걸리게 된다. 흔히 영양실조증으로 알고 있는 이 병은 어린아이들이 특별한 원인 없이 시들시들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이 병을 발견한 르네 스피츠 박사는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국립병원의 원장이었다. 그는 병원에 수용된 아이들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데도 잘 자라지 못하고 시들시들 죽어 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멕시코로 휴양을 떠났다가 빈민촌의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설이나 영양 상태가 훨씬 뒤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스피츠박사는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이 아이들이 날마다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늘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고 이야기를 들려 준 덕에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갓 태어난 아기를 엄마로부터 떼어 낸 후 분유만 먹이면 면역이 약화되어 결핍증에 걸려 잘 자라지 못한다는 연구가 있다. 사람은 먹이만 주면 성장하는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신체적 접촉은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사람은 사랑으로 성장한다. 부모와 눈동자를 맞추고 신체적 접촉이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고 두뇌도 더 좋으며 정서적으로도 훨씬 안정되게 자란다. 캘리포니아의 임상의사 빌 존스는 가출 청소년의 90퍼센트 이상이 접촉결핍증에 걸려 있다고 했다. 사느라고 바빠서 가족 간의 접촉이 결핍된 오늘날의 슬픈 풍경이다.
옛날 대가족 시절에는 함께 사는 가족이 많다 보니 신체적인 접촉이 훨씬 풍부했다. 엄마 아빠가 만져 주지 못하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들이 다투어 안아 주고 업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문제 청소년도 훨씬 적었다. 약국이나 병원이 없던 시절 배가 아프면 할머니가 배를 문질러주면 신기하게도 나았다. “엄마손은 약손,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맞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부모 자녀는 물론 부부간에도 만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부부간에는 어디를 만지는 것이 좋은가. 아내들은 마음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남편들은 몸을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만진다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만지면 커진다. 사랑도…..
올 한 해 부부간, 부모 자녀간 만짐의 기적을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