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이찬 커플의 파경 사건으로 새삼 가정폭력이 화두로 떠올랐다.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이 무엇이든 간에 이 사건은 가정 폭력이 개인사로 치부돼 오다 터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폭력을 당하는 아내들은 고민한다. “이혼하면 아이들은 어떡하죠? 아비 없는 자식 소리를 어떻게 들어요?” “경찰에 신고한다고요? 아이 아빠를 전과자로 만들 수는 없어요.”

때리는 남편이 싫지만 결손가정을 향한 따가운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 눈물로 사죄하는 남편의 태도 앞에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 할 수밖에 없단다. 그래서 모두 쉬쉬 하는 사이에 화만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성 피해자들은 용서를 구하는 남편을 과신한다. “각서 받았어요. 잘못을 아니까 바뀔거예요” “불쌍한 사람, 내가 아니면 누가 돌보랴”하는 왜곡된 애정관으로 남자에게 끌려 다니기도 한다.

남자들이 폭력을 쓰는 이유는 ‘욱’ 하는 다혈질 성격 탓, 내재된 상처(아킬레스건)를 반복적으로 건드린 경우, 아버지로부터 부지불식간에 학습된 대물림 등이다. 이런 경우 언제 폭력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대처 요령을 숙지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배우자의 성향을 아는 게 필요하다.

첫째, 어떤 때 무슨 문제가 배우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부 싸움을 할 때, 거친 언어와 행동으로 상대방 가슴에 더 큰 생채기를 내려 한다. 부부는 동반자이지 적군이 아니다. 내재된 상처(아킬레스건)를 반복적으로 긁을 것이 아니라 한 쪽이 더 성숙하게 뛰어 넘는 게 필요하다. 혹 실수로 아킬레스건을 건드렸을 때는 즉시 “알았어요. 미안해요”라고 말하자.

둘째, 한쪽이 화를 낼 때 맞대응하지 말고 받아 주는 게 좋다. 감정대로 맞받아치다 보면 폭력사태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화가 났군요. 미안해요”라며 공감하고 받아주자. 대신 감정의 폭풍이 지난 후 대화로 다시 해결하자.

셋째, 자신의 폭력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면 감정이 들끓는 순간 “타임아웃”을 외치고 그 순간을 피하자. 아내에게도 “타임아웃”을 외칠 때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도록 미리 이야기해두자.

넷째,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일반적으로 폭력은 대물림된다. 어린 시절 당한 폭력을 가정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 사례도 있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존경 받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부가 서로 의견을 나누고 노력하자.

다섯째, 무슨 일이 있어도 맞을 짓이란 건 없다. 쉬쉬 하지 말고 처음부터 주변에 적극 알려라. 신고나 판결을 받으면 자연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게 된다. 공권력 개입을 무서워하거나 귀찮아하는 사람도 많다. 폭력은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처음 발생했을 때 초전박살을 내야 한다.

피해자가 “폭력 행사가 나에게 손해구나.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폭력은 초법적이다. 처벌 받고 교육 받은 사람도 가정폭력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 가정폭력의 효력은 초월적이다. 폭력 발생 후 100년이 흘러도 대물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바로 이 때문에 가정폭력은 완전히 뿌리뽑혀야 한다.

남편들이여, 자녀들에게 ‘이것이 남자가 가정을 경영하는 법’이라고 가르치고 싶은가? 기업이라면 벌써 시장에서 퇴출당했을 것이다. 반(反)시장 논리의 가정폭력으로 미래 성장 동력인 자녀 가정까지 발목잡지 말자.

< 중앙일보 2007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