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CEO 12월호>
급증하는 가정해체
– 두상달
(사)가정문화원은 매년 가을에 부부행복학교를 개최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부부학교 신청자의 절반이상이 결혼 5년 이하 신혼부부들이다. 환상커플인줄 알고 결혼했는데 뚜껑이 열리자마자 환장커플이 되어버린 것이다. 환상커플과 환장커플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도 안된다. 배려가 있으면 환상이요 배려가 없으면 환장이 되는 것이다. 이 ‘배려’라는 것이 쉬운 듯 어렵지만 자기 중심적 생각을 버리면 되는 것이다. 배려는 이타적 행위이다. 신혼갈등과 이혼은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다. 결혼에 대한 준비는 없이 결혼식만 준비하는데서 비롯된다.
결혼생활에 멘토가 필요하다. 신혼기에 멘토만 잘 두어도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이어갈 수 있다. 학업이나 진로상담을 위해서는 멘토를 찾아 다닌다. 정작 수십년 살아야 하는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멘토는 커녕 무계획, 무대포로 살려고 하니 문제다. 갈등이 생기면 멘토를 찾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지혜다.
< 결혼의 절반이 이혼>
요즘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들의 절반 가량이 이혼하는 추세다.
어렵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기도 하고, 또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기도 한다.
어떤 젊은이는 결혼식장에서 드레스를 잘못 밟아 찢어졌는데 그것이 시비가 되어 헤어졌다. 결혼날짜 잡아놓고 준비를 하다가 혼숫감 문제로 감정이 상해 끝장 내기도 한다. 신혼여행 갔다가 여행지에서 싸우고 따로따로 돌아오기도 한다. 신혼 초에 이불을 펴고 개는 문제로 헤어지기도 한다. 아침밥을 꼭 먹어야겠다는 남편과 밥 차리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내,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 문제로 싸운다. 양말 벗어 아무데나 벗어던지는 꼴도 더 이상 못 봐 준다 이혼선언을 하기까지 참으로 사소하고도 다양한 이유로 이혼을 결심한다.
20년 전만해도 이혼이 40%~50%선인 서구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남의 말 할 입장이 못된다. 이혼률이나 이혼증가율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서있다. 이혼도미노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정해체의 경보(警報)라도 발동해야 할 상황이다.
< 다양해진 이혼사례>
이혼은 더 이상 20~30대의 젊은 부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년, 아니 황혼이혼도 급증하고 있다. 자녀의 결혼문제 때문에 참고 미루어 오다가 자녀 결혼과 동시에 남남으로 헤어지는 부부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이혼을 ‘나리타이혼’이라 부른다. 자녀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나리타공항에서 이제 다 끝났다며 이혼도장 찍으러 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엔 ‘대입이혼’도 심심치 않다. 자녀 대학가기 전까지 참았다가 입학시키고 갈라선다는 것이다. 여기에 60대 이후의 이혼도 증가추세라니 가히 이혼왕국으로 가고 있다.
‘환갑 넘긴 이혼남 급증’ 어느날 읽었던 일본신문 일간지 사회면 톱기사다. 60세 정년퇴직과 동시에 아내로부터 이혼 당한 일본남성의 숫자가 한해 3천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며칠전 우리나라 일간지에 비슷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한국여성 72%, 늙어가는 남편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일본을 보고 개탄했던 일들이 한국에서 현실이 되어 더 큰 파장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가정에서도 내몰리어 졸지에 오갈데 없는 비에 젖은 낙엽 신세가 된 것이다. 희생과 봉사로 인내해 온 아내들이 뒤늦게나마 권리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늙은 남편 더 이상 뒤치다꺼리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있다. 인고의 세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제 늙어서라도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결심이리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나이에 가정해체를 결정했을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장수 시대의 서글픈 현실이다.
< 주제를 파악해라>
나이들어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좀 더 잘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지면서도 애정표현을 못하는 무덤덤한 남성들이 많다. 변할 줄 모르는 순진한 꼴통 같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한다. 자기 고집이나 집착이 강할수록, 나이 들어 갈수록 변화할 줄 모른다. 정서와 문화가 변한 것을 모르고 어리석게 사는 것은 비극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남자 쪽에서 대부분 이혼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여자 쪽에서 훨씬 더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세상이 되었다.
한국의 남성들은 5천년 동안 내려온 가부장적 문화의 수혜자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남성들이 변해야 가정이 건강해진다. 악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과묵함과 무관심, 그리고 표현의 미숙함 때문에 좌절과 외로움으로 많은 여인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아내는 거창한데서 행복감을 느끼기보다 사소한 일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자상한 말 한마디와 이해해주고 동감하며 인정해 주는 남편의 부드러운 말에 더 감격하고 눈물 흘린다. 그것을 모르는데서 갈등이 증폭되고 대화가 단절되며 가정은 냉랭해진다.
변화하는 가정에는 위기가 없다. 낭만의 열차는 변화역에서만 출발을 한다.
“그동안 기세등등하게 군림하며 제왕처럼 태평성대를 누려온 남자들이여! 세상이 변했노라. 이제는 목소리를 낮추자. 그리고 주제를 파악하자. 늙어서 구박받지 않으려거든.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는 필수다. 지금부터라도 아내의 말에 귀 기우려주고 틈 나는 대로 요리와 집안일을 배우고 익혀라. 그것이 최선의 노후대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