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엄마의 아들과 결혼한 여인

[[제1518호]  2016년 9월  3일]

상담 전화를 걸어 온 이는 남편도 아내도 아닌 시어머니였다. 그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도대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고 했다. 시부모나 남편에게 대하는 태도는 물론 신혼집 인테리어까지도 시비를 했다. 상담 날짜에 남편은 어머니와 함께 왔다. 아내는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은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더 이상 셋이 하는 결혼 생활은 자신 없다고. 결혼한 아들의 저녁 반찬까지 챙기려 드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아내가 잠시 친정에 가 있기로 했고 3개월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시간을 내어 1박2일 여행을 가기도 했고 친정어머니 생일에는 꽃바구니도 보내 주었다. 강릉으로 떠난 여행에서 남편은 앞으로 잘할 테니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말과 함께 목걸이도 선물해 주었다.

“지극한 아들 사랑을 이해 못하는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반성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집에는 시어머니가 이미 와 계시더라고요. 어머니는 우리가 갔던 강릉의 호텔, 식당, 꽃바구니와 함께 온 케이크 크기까지 알고 있었어요. 물론 제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며 ‘그거 꽤 비싸게 주고 산거다’라는 말까지 하셨죠. 남편의 모든 행동이 어머니의 코치를 받은 것이었어요. 소름이 끼쳤죠.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요.”

마마보이와 마마걸들이 넘쳐 나는 요즘이다. 자녀를 향한 부모 헌신도 1위의 나라이다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마마보이 양산 국가다. 그런데 어찌할까. 여자들은 못생긴 남자하고는 살아도 마마보이와는 살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마마보이라는 것을 모르는 남자와는 더욱 살기 힘들다. 마마보이 중에는 자신이 효자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 문제다. 사실 효자와 마마보이는 다르다. ‘어쩌면 남자가 저렇게 순종적일까? 부모 뜻을 거스르는 법이 없네’ 여자는 호감을 가지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결혼해 살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줏대 없고 답답하며 아직도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한 ‘애 남편’인 것이다.

“저는 프로포즈도 시어머니한테 받은 셈이에요. ‘엄마가 너랑 빨리 결혼하래’가 남편의 프로포즈 멘트였거든요.” 결혼 3년 만에 드디어 ‘시어머니의 유령’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혼을 맞이하고 있는 주부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도대체 뭐가 문제냐 던 남편도 상담과 부부 프로그램을 통해 변하게 되었다.

“당신은 아내 외에 다른 연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혼자서 자신을 키워 온 어머니,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어머니를 평생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아들들아! 부모 품을 떠나 아내 품에 안겨라. 부모에게 잠시 실망을 안겨주어라. 부부가 하나가 되어라. 아들의 자리에서 남편의 위치로 회귀해라! 헬리콥터 엄마야! 아들에 대한 잘못된 집착에서 벗어나라! 내 품안에 머무르고 있는 아들을 그 아내 품에 안겨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