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당장 손 잡아라

[[제1525호]  2016년 11월  5일]

많은 부부들이 대화의 단절로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 부부들의 평균 대화시간은 하루 8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살면서도 하루 한 시간의 대화도 못한다. 이것이 오늘날 부부들이 사는 서글픈 현실이다. 물론 한국 부부들의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대화의 내용이다. 프랑스나 미국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가십거리나 다른 사람의 스캔들이 대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젯밤 아래층 부부가 대판 싸웠다더라, 친구 아들이 대학에 떨어졌다더라, 사돈의 팔촌 마누라가 바람이 났다더라……. 남의 집 이야깃거리들이 주류를 이룬다.

대화경색증에 걸린 부부들

부부가 소통이 안 되는 것은 대화 기술이 서투른 것이다. 몇 마디 나누다 보면 화부터 내서 대화가 안 된다. 나도 내 아내가 ‘버럭 두상달’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화’란 ‘대’ 놓고 ‘화’ 내는 것이란 말도 있다.대화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시시껄렁한 잡담을 대화라고 하지는 않는다. 진실한 대화란 서로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느낌을 나누고 감정이나 가치관을 나누는 것이다. 대화가 없는 가정은 냉랭하고 무덤덤하다. 대화 경색증에 걸린 부부로 한 공간에 있을 뿐 남남으로 사는 것이다. 대화의 결핍은 결국 부부 갈등으로 이어진다. 또한 부부 갈등이 대화의 단절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한결 같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있다.

“우리는 진짜, 말이 안 통해요!”

“꽉 막혔어요.”

남녀는 모국어가 다르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사람은 남자이고, 한 사람은 여자라는 데 있다. 대화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는 꼭 개와 고양이 같다. 개는 고양이의 언어를, 고양이는 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서로 모국어가 다르고 어법이 다르다. 그러니 말이 통할 리가 없다. 기껏 좋은 뜻으로 말해도 상대에게 전달될 때는 왜곡되고 와전된다. 어법을 모르는 대화는 갈등과 분노만 일으킬 수 있다. 결국 개와 고양이처럼 사랑하면서도 싸워야만 하는 비극적인 만남이 된다.

부부가 진실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남자는 여자의 어법을, 여자는 남자의 어법을 익혀야 한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 테이프를 끈질기게 반복해서 듣는다.

그런데 왜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부는 하지 않을까?

소통의 수준이 부부 행복의 척도가 된다. 언어적 소통의 기술이 부족하고 서툴다면 만지기라도 해라.

손 잡아주고 만지는 것도 최고의 소통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 손잡아 보아라. 만지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