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이제 겨우 4개월 살아보고
[[제1527호]  2016년 11월  19일]

결혼한 자녀가 마냥 싸우기만 한다며 부모가 상담을 의뢰해왔다. 결혼 4개월째인 새내기 부부이다. 신랑은 아침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아내 때문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아침 밥상은 기대도 할 수 없다. 신부는 겨우 일어나 눈을 비비며 아침을 차려 주기는 한다. 시리얼에 우유, 달걀 프라이가 기본 메뉴다. 결혼 전 어머니가 차려 주는 아침상에는 항상 따뜻한 국이 있었다. 그런 밥상을 놔두고 내가 왜 이런 과자 쪼가리로 아침을 때워야 하나 하는 생각에 울컥한다는 것이다.

출근 준비로 화장을 마치고 난 화장대 위는 난장판이다. 화장품 용기의 모든 뚜껑은 열린 채 굴러다니고 휴지며 면봉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져 있다. 아침부터 잔소리하면 서로의 기분이 상할 것 같다. 남편은 꾹꾹 눌러 참으며 화장품 뚜껑을 하나씩 닫고 정리한다. 그리고 말없이 같이 출근한다. 이런 생활에 오만 정이 떨어지고 살 수 없다며 상담을 온 것이다.

우리 부부도….

결혼 4개월 차 신랑에게 먼저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이제 겨우 4개월 살아보고 벌써 지치다니! 우리 부부 40년이 넘게 살아왔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하나에서 열까지 맞는 것이 없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다. 아내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올빼미형이다. 나는 더운 건 한순간도 못 참는 사람이다. 아내는 한여름에도 솜이불 한 자락 배에 덮어야 한다. 찬바람이라면 질색이다.

입맛도 극과 극이다.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자란 나는 짜고 매운 음식이나 젓갈을 즐겨 먹는다. 서울 출신 아내는 맑은 국과 담백한 반찬을 선호한다. 결혼하고 나니 아내의 음식이 도무지 싱겁고 밍밍해 먹을 수가 없다. 매가리가 없다. 음식에 타박을 했다. 내성적인 아내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울기만 했다. 성격 급하고 다혈질인 나는 어쩌다 말다툼이라도 하면 내 성질대로 마구 퍼부어댔다. 물론 뒤끝도 없어서 퍼부을 대로 퍼붓는다. 그리고 후련한 마음으로 코를 골며 잠들어 버린다. 그러면 아내는 그때부터 속을 끓이고 혼자 분을 참았다.

아내와 너무 다른 생활 습관 때문에 스트레스다. 우리 부부도 신혼 초에는 갈등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 이제껏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

돕는 배필이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약점과 다른 점을 서로 보완해 주는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도 이해와 조화의 길을 찾았다.

신랑에게 아내의 입장에서 신부의 하루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아내도 똑같이 출근을 하고 일하다 퇴근한다.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부엌으로 간다. 남편이 잠든 밤 시간에 밀린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결혼 전에는 자기 밥조차 찾아 먹지 않던 그녀다. 그래도 악착같이 눈을 떠 달걀 프라이나마 남편의 아침 식탁을 준비한다. 아침 출근길 기다리는 남편에게 미안해 정신없이 서두르다 보면 화장대를 정리할 여유가 없다. 아내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를 바꾸어보겠다는 야무진 생각일랑 버려라.

애기야! 지금 맞벌이 아내가 있음에 감사해라. 그리고 40년을 살아보아라.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은 자니라.